일본에는 있고, 우리에겐 없는 이유?

친환경 페트병 라벨링율 99%에 달하는 일본
대기업ㆍ다국적 기업들, 국내엔 모르쇠 일관
식약처ㆍ환경청, 관련 가이드라인 조차 없어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전국민이 매일 마시는 생수와 음료를 담는, 페트(PET)병과 관련한 환경ㆍ건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의해 친환경 라벨링 쪽으로 방향을 잡아오던 페트병 제조 업계가 최근 편의점과 마트 등 대기업 유통회사의 주도하에 반 친환경 제조환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경우, 99%에 달하는 친환경 라벨링 실천 기업이 국내에서는 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사진설명=페트병제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한해 500억개가 넘는 페트병이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재활용업체 마당에 산처럼 쌓여 대기중인 재활용 페트병 모습. ]

가장 먼저 기존의 스팀수축 라벨링 방식의 유해성이 도마에 올랐다. 인근 일본의 경우, 거의 모든 페트병 제품의 라벨링 과정에서 용기주입구를 막고 스팀터널을 통과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 유통회사들이 최저가 하청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캡을 닫지않고 스팀수축 라벨링을 하면서 용기내로 유해물질이 혼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열수축 라벨은 150도 이상, 최고 200도 이하의 스팀터널을 통과하며, 하루 수십만개의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터널 내부는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로 도배가 되는 셈이다. 라벨인쇄과정에서 사용된 인쇄물질이 스팀과 섞여 터널 내부에 응축되고, 주입구를 개방한 상태로 페트병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유해물질이 스팀과 함께 병 속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산지역 환경단체가 스팀터널기 내부의 스팀을 모아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페놀의 경우, 기준치 0.005mg/L의 100배에 가까운 0.489mg/L가 검출됐다. 또한 최근 유해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질산성질소와 불소, 보론도 검출됐다. 먹는 물로는 불가할뿐만 아니라 극히 유해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건강을 지켜야할 식약처에서는 이렇다할 사용규제나 가이드라인 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분석을 의뢰한 시료를 포집하는 과정이 신뢰할 수 없고, 라벨링을 마친 페트병을 다시 한번 세척해 사용함으로 생수 등 완제품에 유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어이없게도 일본에서도 규정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경면에서도 페트병 라벨작업시 본드를 사용하고 재활용이 불가한 직접인쇄 방식을 선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 영세한 페트병 용기제작 업체들은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맞춰 하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입장이다.

본드를 사용한 라벨은 재활용 과정에서 또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본드를 제거하기 위해 가성소다(양잿물)를 사용해야 하며, 페트병에 직접 인쇄를 한 경우, 사용된 잉크가 혼입돼 재생PET의 품질이 급격히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진설명=페트병 스팀수축 라벨링 공정 비교도.]

이외에도 분리배출이 용이한 라벨절취선을 경우, 추가비용 없이 제작이 가능하지만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99%가 적용되는 반면, 국내 제품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와 펩시는 일본에서는 절취선을 사용해 재활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절취선을 넣지않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의 경우도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에는 절취선을 넣고있지만 국내 제품에는 이를 등한시 하고 있다. PET용기 손잡이의 경우도 일본에서는 20년전부터 효율적인 재생처리를 위해 동일한 재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재활용이 어려운 이질적인 손잡이를 사용해오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국내 제품에 친환경 라벨링 제조를 등한시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부ㆍ식약처 등 정부부처의 관리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건강을 지키고, 막대한 환경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정부의 관심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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