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소·저녁있는 삶 보장 ‘단축키’장기간 근로관행 개선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장기간 근로관행의 개선이 한국 사회ㆍ경제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ㆍ복지ㆍ저출산 극복을 가능케 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면 구조적인 고용위기를 완화할 수 있고, 일과 가정(여가)의 균형으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세계 최저인 저출산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근로자들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으로 일에 파묻혀 허덕이는 반면, 청년층과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한마디로 ‘근로자들은 일에 치여 살기 어렵고, 실업자들은 일이 없어 살기 어려운’ 사회다.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기형적 노동시장 구조의 원인이 바로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으로 213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1766시간)보다 19.6%(367시간) 길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에 비해 연간 45.9일, 즉 1개월 보름 정도를 더 일하는 셈이다.

장기간 근로관행은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형성됐고,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 6~7%의 고속성장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완전고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글로벌 경제에 깊숙히 편입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돼 이제는 장기근로가 모든 경제ㆍ사회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우리경제가 1.1%의 ‘깜짝’ 성장을 했지만,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전체 실업률은 1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임직원수는 오히려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축소형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으며, 이는 자본집적의 고도화와 정보기술(IT)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 경우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기존의 고용 관행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셈이다.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은 당장의 고용절벽을 완화하기 위한 단순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을 넘어서는 이슈라는 지적이다. 경제성장의 혜택을 사회구성원들에게 고루 나눔으로써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ㆍ경제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복지를 확대하는 길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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