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감찰] 이영렬만 수사의뢰…“안태근은 청탁금지법 위반 아냐”

-“李, 청탁금지법 위반…횡령죄 성립은 어려워”
-“안태근, ‘상급자’로서 수사비 지급…대가성 없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른바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심의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만찬 참석자 중 유일하게 이영렬(59ㆍ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 차장검사)만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찰위는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 봉투와 식사비를 지급한 것을 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뇌물죄나 횡령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감찰 결과 문제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간 돈은 모두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앞서 이 전 지검장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이뤄진 만찬에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날 식사비 95만원도 이 전 지검장의 수행기사가 서울중앙지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찰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전 지검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매달 대검에서 받는 예산으로, 특수수사부 검사실 및 각 부ㆍ과의 수사활동비와 수사지원비 등으로 쓰도록 돼 있다.

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법무부 감찰관)은 이날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등 특수활동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 전 지검장이 두 사람에게 특수활동비로 격려금을 지급해 예산 집행지침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감찰위는 이 전 지검장이 만찬에서 안 전 국장과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인당 3만원이 넘는 9만5000원의 음식물을 제공한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봤다.

장 총괄팀장은 “다만 모임의 경위와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할 때 이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불법 영득의 의사를 갖고 횡령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뇌물죄나 횡령죄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반면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에게 돈을 지급한 안태근(51ㆍ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검사)은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안 전 국장 역시 만찬에서 특수활동비로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일선 검사 지휘권과 예산 집행권을 갖고 있는 점을 들어 “(안 전 국장이 특수활동비로 지급한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 공직자 등’이 주는 금품이거나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된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감찰위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이 저녁식사를 하러 가면서 수행기사에게 식사비를 검찰국 예산으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장 기사가 먼저 계산해서 못했다”며 “안 전 국장은 계산했겠거니 했는데 문제가 되고 나서야 중앙지검에서 계산한 사실을 알게 됐다. 고의가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안 전 국장은 횡령죄 적용여부에서도 비켜나갔다. 감찰위는 “특수활동비를 수사비로 지급한 것은 사용 용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횡령죄나 예산 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검찰 활동에 편성된 특수활동비 예산이다. 감찰위의 설명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법무부에 배정한 검찰활동 관련 특수활동비는 모두 대검에 배당됐다가 그 중 일부가 법무부로 배분된다. 이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국이 집행한다는 것이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8월 개인 비위로 수사선상에 오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특수본의 수사대상이 됐다. 그러나 특수본은 안 전 국장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수사를 끝낸 바 있다. 때문에 안 전 국장이 만찬에서 수사팀에 건넨 돈을 두고 대가성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장 총괄팀장은 “모임 경위와 성격, 금품 제공 경위,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할 때 안 전 국장이 지급한 금품에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감찰위는 안 전 국장에 대한 감찰 기록을 관련 고발 사건이 접수된 서울중앙지검에 넘겨 수사에 참고하도록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조사1부(부장 이진동)가 맡고 있던 고발 사건을 이날 외사부(부장 강지식)에 재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첩받을 감찰 기록을 참고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감찰위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면직에 해당하는 징계를 권고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면직은 해임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법무부는 조만간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를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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