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어떻게] 중산층 복원, ‘심리 회복’ 시급…중산층 인식, 실제보다 10%포인트 낮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문재인 정부가 종전의 기업주도 성장에서 가계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계층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시장소득이나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이 전체 가구의 58~64%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가구는 이보다 10%포인트 낮은 상태다.

특히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 하위층은 10%대 중~후반을 차지한 반면, 자신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보다 3배 정도 많은 40%대에 달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적 결핍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통계청의 소득분배지표(2016년)와 사회조사(2015년)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계층인식이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사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산층의 경우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의 58.4%,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는 65.7%를 차지하고 있다. 중산층에 대해선 명확한 정의가 없지만,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가운데 위치한 중위소득의 50~150% 수준을 중산층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장소득은 근로ㆍ사업ㆍ재산 소득 등 경제활동을 통해 거둔 소득을, 처분가능소득은 여기에 공적연금ㆍ정부지원금ㆍ경상조세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 둘의 차이가 정부정책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표상 중산층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구의 3분의2 수준)을 약간 밑돌고 있으며, 미국ㆍ영국보다는 높고 독일이나 프랑스 및 북유럽 선진국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중산층 비중은 70%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는 지표보다 훨씬 낮은 53.0%에 머물렀다. 특히 자신이 중상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는 17.9%에 머문 반면 중하층이라고 생각한 가구는 35.1%로,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이러한 소득지표와 계층인식의 차이는 상층과 하층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층(중위소득 50% 미만)의 경우 시장소득(19.5%)과 처분가능소득(14.7%)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가구의 10%대 중~후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는 전체의 44.6%에 달했다. 반면 상층(중위소득 150% 이상)의 경우 시장소득(22.1%)과 처분가능소득(19.6%)을 기준으로는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신이 상층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이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한 2.4%에 머물렀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사회ㆍ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자영업의 위기가 심화된 것도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이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한 응답자 비율이 2013년 75.2%, 2015년 81%에서 올해는 83.4%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40대 자영업자 가운데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무려 92.9%에 달해 저변에 깔려 있는 비관적 인식을 반영했다.

중산층 인식의 약화는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OECD는 최근 중산층 관련 보고서에서 “기존 중산층으로 여겨지던 직업의 쇠락, 고용시장의 양극화 및 불확실성 증가,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이 자신이 중산층인지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람들이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소득을 넘어 다차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실제보다 하위층에 속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경우 소득이 늘더라도 소비를 억제하게 돼 정책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결국 중산층 인식을 높이는 것이 일자리 확충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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