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박 대통령 파면, 슬픈 역사”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 7일 모교인 고려대에서 퇴임 후 첫 강연을 했다.

지난 3월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면서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인간적으로 매우 고뇌가 컸다“고 언급했다.

그는 “외압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기록과 헌법정신에만 기초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이 슬프지 않다면 법률가로서 인간의 마음이 마비된 것 아닌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슬픈 역사다”라고 말했다.

퇴임 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강의 주제인 ‘헌법재판의 시각으로 본 우리의 삶과 비전’에 따라 강의실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헌법은 그동안 법전 속에 묻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는 잠자는 숲속 공주의 볼에 키스해 잠을 깨우는 왕자처럼 우아하게 묻혀있던 헌법 정신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재판관은 사법권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3회에 걸쳐 재판에 불출석하는 행태 등을 보이자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서 대리인단 측 증인채택 요구를 직권 취소하는 소송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교수는 “사법권 독립은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법치주의가 또다시 무너지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결정에 불만을 품고 신상 털기나 협박 등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인민재판과 같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법대 출신의 첫 여성 사법고시 합격생이다. 또한 역대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다. 여성으로서의 고뇌도 털어놨다.

이 교수는 “정당 해산 심판 때는 큰 애가 고3이었고, 탄핵 심판 때는 작은 애가 고3이었다”며 “당시 밤새워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헤어롤 해프닝’ 관련 “당시 미용실 갈 시간조차 없어 집에서 직접 가위로 머리를 자를 정도였다. 헤어롤을 못 뺀 것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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