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담은 법안만 19개…文정부선 국회문턱 넘을까

인사·경력 불이익 금지 등
육아휴직 관련 규제·지원 다양
사업장 규모별 양극화는 근본과제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 인구 감소 등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손꼽힌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위해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20대 국회들어 정치권과 정부가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총 28건. 이 중 19개 법안이 일-가정 양립에 관한 내용을 담을 정도다. 모두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으로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다. 


하지만 일-가정 양립이 여야를 떠나 국가 전반의 화두로 부각되면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법안 내용들도 다양하다. 공공부문에서 보장하는 최장 3년의 육아휴직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토록 하는가하면, 육아휴직 기간 중 휴직급여 지원 강화, 아빠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 금지 등으로 다양하다. 또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자녀가 감염병에 걸렸을 경우 이를 돌보기 위한 유급휴가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있다. 대체로 법안들은 출산과 육아문제 해결을 일-가정 양립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같은 지원책과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넘어야할 근본적인 해결과제가 있다. 대ㆍ중소기업, 정규직ㆍ비정규직 간의 복지 양극화다.

당장 사업체의 규모에 따라 눈치를 보지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내 분위기가 다른 것은 물론, 소규모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경우엔 생계를 꾸리는데 턱없이 적은 휴직급여 탓에 위해 휴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해마다 근로 재계약을 고민해야 하는 비정규ㆍ임시직 근로자의 경우는 사업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임신과 육아휴직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583곳 중 정규직만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한다는 사업체가 175곳(30%)에 달했다. 이를 사업장 규모별로 따져보면 300인 이상에선 11곳(11.8%)만이 정규직만 ‘육아휴직을 쓴다’고 답한 반면, 30~99인 이하 사업장중 47곳(47%), 10~29인 이하 사업장의 54곳(36%)의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아빠 육아휴직’에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흔히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 직원들을 ‘용감한 아빠’라고 표현할 정도다. 당장 생계는 물론, 휴직 복귀 이후 인사ㆍ경력관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시 여길 정도다.

해마다 전체 아빠 육아휴직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양극화가 존재한다. 올 1분기 기준 아빠 육아휴직 증가율을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300인이상 기업은 전년 동기대비 68.4%가 늘어난 반면 30인 이상~100인 미만 사업장에선 20.7%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30.6%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사용 확산을 위해 기업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국가의 휴직 수당 현실화를 꼽는다. 지난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육아휴직 수당 대폭 인상이다. 후보들은 현행 2배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의 방안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육아휴직 급여를 출산 첫 3개월의 경우 2배까지 늘리는 공약을 제시했다.

문제는 ‘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10대 공약’에서 육아휴직 확대에 들어가는 재원이 현재보다 연평균 46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조달방안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확대로 두루뭉술하게 제시됐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세출 조정 같은 애매한 방안보다 ‘아동보육세’ 같은 특수목적세를 도입하는 것이 확실한 재원 대책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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