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영화]30년 춤 인생의 파노라마, ‘바람의 춤꾼’…시대의 아픔 위로하는 몸짓, 관객을 울리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해온 ‘춤꾼’ 이상헌 씨의 30년 춤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춤꾼’이 이번주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그의 춤 인생은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담고 있고, 그의 춤은 그 질곡 속에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몸짓이며,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꿈 많고 촉망받던 발레리노에서 한국의 암울한 정치상황으로 인해 시위현장에서 춤을 추는 거리의 춤꾼이 된 이삼헌씨의 30년 춤 인생을 담고 있다. 그의 춤 인생과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오버랩되며 감동을 안겨주는 휴먼로드 다큐멘터리다.

영화 <바람의 춤꾼> 캡쳐 사진.

흑백TV로 발레공연을 보면서 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는 발레리노가 되고 싶었던 소년 이삼헌. 그러나 그의 꿈은 1980년 5월 광주학살로 날개가 꺾이고 만다. 화려한 무대 대신 시위현장에서 춤을 추는 거리의 춤꾼이 되어, 30년 넘게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해왔다. 그의 삶은 한국현대사의 축소판이면서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삼헌 씨의 친구인 최상진 감독은 2002년부터 그의 인생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시기, 국민들은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이삼헌은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 효순양을 추모하며 울먹인다. 그리고 그의 춤은 꿈 많은 학생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세월호의 아픔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 <바람의 춤꾼> 캡쳐 사진.

그의 춤은 세계인들의 가슴까지 울린다. 그는 2014년 프랑스 세계샤먼축제에 초대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광주학살을 목격한 후 그 후유증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그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동해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거기서 다시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20여일에 걸쳐 프랑스까지 대륙을 횡단한다. 그러면서 일제시대 한 많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만난다.

홀로코스트 현장이었던 폴란드 파비악 수용소. 나찌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이삼헌의 춤에 홀로코스트 순례자들은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프랑스에서 세월호의 비보를 접하고 위령무를 추는 이삼헌의 몸짓에 샤먼축제 참가자들도 숨을 죽인다.

영화 <바람의 춤꾼> 캡쳐 사진.

영화 ‘바람의 춤꾼’은 2002년부터 촬영하기 시작해 올 3월까지 약 15년간 진행됐다. 제작진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만들었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는 한국에서 개봉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으나, 지난해말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하반기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작 및 2017년 상반기 독립영화 후반작업 기술지원작으로 선정돼 개봉에 이르게 됐다.

영화 나레이션에는 배우 배종옥 씨 등 유명인들이 참여했다. 이른바 386세대인 배종옥 배우는 광주학살과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늘 가슴 한켠에 남아 부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최 감독의 학교 선배라는 인연으로, ‘바람의 춤꾼’ 나레이터로 참여하면서 조금이나마 역사의 부채에 응답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이삼헌 씨의 삶과 춤은 우리의 인생이 때론 거센 폭풍우에 휩쓸려 좌표를 잃기도 하지만,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음을 웅변한다. 현대사의 파고를 헤쳐가는 ‘바람의 춤꾼’은 국민에 바치는 ‘헌무(獻舞)’이며 결코 놓을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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