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선] 실패한 메이의 도박…보수당 과반의석 상실

-출구조사 “보수당 314석·노동당 266석·SNP 34석”
-‘연립정부’ 혹은 ‘헝 의회’ 직면…메이 총리직 위기
-‘하드 브렉시트’ 운명도 불투명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걸었던 조기총선 도박이 실패로 끝날 전망이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과반의석(326석)을 잃고 제1당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과반의석을 상실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그는 총리직마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의 운명, 어둠 속으로.’ 8일(현지시간) 영국 조기총선 투표가 마감된 직후 런던 포틀랜드 플레이스의 BBC 방송국 전광판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에 12석 모자란 314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한 메이 총리는 그러나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런던=AFP연합뉴스]

▶보수당 과반의석 실패…노동당은 확대=BBC·ITV·Sky 등 방송 3사가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은 314석, 노동당은 266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34석, 자유민주당은 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당인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 모두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얻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과반인 331석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당은 17석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 반면 노동당은 34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SNP는 22석 잃고, 자민당은 6석을 늘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밖에 웨일스민족당(PC)은 3석, 녹색당(GP)은 1석을 유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난 2015년 총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보수당 314석, 노동당 239석 등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의석수는 보수당 331석, 노동당 232석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650개 의석을 결정하는 이번 총선에는 4580만명이 유권자로 등록됐다.

출구조사는 144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3만4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앙’ 맞은 메이…리더십 위기=“출구조사 결과는 메이에 재앙(disaster)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같이 평했다.

CNN 역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충격(shock)”이라고 전했다.

앞서 4월 메이 총리는 2020년 예정돼 있던 총선을 3년이나 앞당겨 6월 조기총선 실시를 요청했다. 조기총선에서 보수당의 의석을 늘려 의회 장악력을 높이고 브렉시트 협상 추진력을 얻겠다는 계산 아래 ‘조기총선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최종 투표 결과로 이어질 경우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 요청 직전 17% 이상이었던 노동당과의 격차를 유지하지 못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은 투표가 아닌 승계로 총리직에 오른 메이 총리가 국민의 신임을 직접 얻는 시험대의 의미도 있었다.

따라서 보수당의 의석 감소는 메이 총리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FT는 “출구조사 결과는 메이 총리의 ‘더 강한 권한’ 요구를 유권자들이 거절했음을 보여준다”며 “총리로서의 메이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보수당)은 ITV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2015년 총선 때보다 더 나쁜 결과를 얻어 연립정부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보수당의 당수로서 그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헝 의회’ 직면…‘하드 브렉시트’ 불투명=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잃을 경우 의회는 혼란해지고 오는 19일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 국면도 달라질 전망이다.

보수당은 제1당으로서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지만 2010년 총선 직후 출범한 보수당-자민당 연정이 이번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자민당이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반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하드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 탈퇴와 함께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당과 제3당이 예상되는 SNP는 EU 단일시장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하며 연정은 배제했지만 사안별 정책연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노동당과 SNP의 의석 합계가 과반에 이를 경우 정책연합에 의존하는 소수당 정권을 출범할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이 연합에 실패할 경우엔 어느 정당(정당연합)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liament)’가 출현하게 된다.

메이 총리가 줄곧 내세워온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하드 브렉시트의 운명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드 볼스 전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메이 총리의 도박은 브렉시트 협상에 확실성을 가져오기보다 영국 정치에 또다른 혼란기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FT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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