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자녀교육ㆍ아파트분양 실익이 얼만데…” 위법알고도 택하는 ‘위장전입 毒杯’

-최근 3년간 위장전입 고발건수 약 540여명
-적발어렵고 솜방망이 처벌…실익 커 쉽게 위반
-“처벌수위 상향 조정ㆍ제제 일반화 과정 필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A 초등학교는 학년별 학급수가 주변 학교와는 다른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1,2학년은 7개 학급이지만, 3학년 10개, 4학년 10개, 5학년 11개, 6학년 12개 학급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정상적으로 학급수가 급증한다. 주공아파트 등이 많은 주변 학교와 달리 고가의 민영아파트로 구성된 소위 ‘좋은 학군’을 갖고 있어 고학년이 될 수록 소위 ‘좋은 중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전학오는 학생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해당학교 한 교사는 “학군 내 인구구조상 이 같은 학생 구성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등하교 시 먼 거리를 걷거나 부모님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군 밖에서 등하교하는 경우가 많아 위장전입한 학생이 다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2. 경기 부천에 사는 직장인 배정근(31ㆍ가명) 씨는 1년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겨뒀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다. 서울지역 분양 매물 대부분이 공고 시 서울거주자를 1순위로 하고 있는데다, 사실상 2순위 이하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주민들까지 차례가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이런 결정을 하게된 것이다.

장관 등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과거 위장전입 문제로 인해 연일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자녀를 좋은 학구내 학교에 보내거나 분양권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위장전입을 활용한 경우가 많다.

[헤럴드경제DB]

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위장전입 관련 고발 건수는 2014년 138명, 2015년 209명에 이어 지난해 19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51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9.3%가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은 엄밀하게 이야기 했을 때 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주민등록법 제37조 3항에 나오는 ‘거짓의 사실을 신고’라는 표현이 위장전입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위장전입의 경우 사유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으며, 주소를 거짓 신고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외국인을 제외한 ‘주민’들은 30일 이상 거주 목적으로 사는 주소를 시·군·구 관할구역에 등록해야 한다. 주소를 옮길 시 14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주민등록을 이중으로 하거나 거짓 신고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제37조 3의2)에 처한다. 공소시효는 위장전입을 한 날부터 5년이다.

이처럼 위장전입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 쉽지 않고 처벌 또한 솜방망이인 경우가 많다보니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41ㆍ여)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낙후한 주택가가 많은 거주지 학군 대신 보다 좋은 학군에 속한 근처 지인의 집으로 아이와 함께 위장전입해 해당 학교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다”며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금전적으로 넉넉한 지원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아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분양권 획득을 위해 위장전입을 선택한 직장인 박모(35ㆍ서울 노원구) 씨 역시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를 목적으로 분양권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박 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처럼 청문회에 나설 일이 평생 없잖은가”라며 “실정법 위반이란 것을 알지만 직장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보고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있는 규제 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걸리면 그만이고 걸리면 재수없는 것이라 여겨지는 현재 상태에선 국내뿐만 아니라 준법 정신이 투철하다고 알려진 어느 국가의 사람들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위장전입 사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제제를 일반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