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바비 다음은?…저도 기대돼요”

성윤진 롯데백화점 아트마케팅 큐레이터
러버덕·슈퍼문·바비전 등 전시회 기획
점포갤러리 갇혀있던 예술, 백화점 밖으로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제 역할 항상 고민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큐레이터는 비단 미술관과 박물관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백화점에도 오래전부터 큐레이터들이 활동해 왔다. 점포 내 갤러리에 국한돼있던 큐레이터의 활동 반경이 최근 백화점 밖으로 대폭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러버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트마케팅에 돌입했던 롯데백화점은 판다, 슈퍼문, 바비 인형, 스위트 스완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공공미술 기획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같은 롯데백화점 아트마케팅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이가 성윤진 문화마케팅팀 큐레이터다.

성 큐레이터가 최근 기획한 전시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된 ‘바비 더 아이콘(BARBIE THE ICON)’ 전시회다. 1959년 마텔사가 최초로 선보인 바비를 비롯해 세계 5대 바비 컬렉터가 소장하는 빈티지 바비들까지 58년의 바비 인형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성윤진 큐레이터는 대중들에게 예술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상업적인 요소까지 이어지도록 기획하는 아트마케팅을 고민한다.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인형을 수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성 큐레이터는 “바비가 엄마부터 딸까지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캐릭터라 여러 담론이 존재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해 즐겁게 기획하게 됐다”며 “전세계를 상대로 바비를 구하려니 막막했는데 마침 마텔 본사도 함께 힘을 써줘서 일본 인형회사 몬치치 대표와 같은 바비 수집가들에게 희귀한 바비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바비 전시회는 익숙한 주제로 대중들의 호응을 끌어냈지만 성 큐레이터가 처음부터 상업적인 주제의 예술을 다룬 건 아니다. 예술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원래 갤러리 내에서 순수미술에 가까운 주제로 전시회를 많이 열었다. 그러다 2008년 10월 당시 롯데백화점 내 갤러리를 관장하는 직무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예술로 돈을 번다거나 마케팅을 한다는 생각은 당시에 거의 없었다”며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문화서비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영리적이고 공익적인 목적의 전시회를 주로 개최했었다”고 했다. ‘고바우’ 김성환 화백이 50여년간 국내 근현대 유명화가 161명에게 받은 봉투그림 ‘까세’(cachet) 전시나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1세대로 서민들의 일상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온 최민식 작가의 개인전 등이 대표적이다.

백화점 문화마케팅의 모습은 현재를 넘어오면서 많이 변했다. 가장 결정적인 기획이 러버덕 전시였다. 그는 러버덕 프로젝트를 “문화마케팅적으로 가장 고무된 사건”으로 평가한다. 석촌호수에 띄워진 러버덕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었고 근처에 위치한 에비뉴엘 월드타워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행사까지 이어졌다. 러버덕 프로젝트는 백화점 집객과 홍보 등 마케팅적인 니즈가 만나 만들어진 문화적인 이슈였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쳐 아트마케팅이 롯데 내에서 대두할 수 있었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트마케팅’에 대한 성 큐레이터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예술이 마케팅의 수단으로만 이용될 수 없고 동시에 순수 예술성만 고집하다 상업성이 결여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고, 그것을 기업이 어떻게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가의 문제에서 둘이 상충하지 않고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 설득을 시킬 수 있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게선 예술과 상업 사이에 선 ‘징검다리’의 고뇌가 느껴졌다.

혹자는 “백화점이 왜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하냐”고 의문을 던진다. 이에 성 큐레이터는 현대인의 고된 피로를 푸는 데 있어 단순소비만이 즐거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어렵고 딱딱한 전시를 떠나 쇼핑 공간일지라도 함께 예술을 즐기고 나눌 수 있다는 게 아트마케팅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말하는 그의 다음 작품(?)은 뭘까.

구민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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