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입다 정신잃고 쓰러져” 김기춘, 법정서 건강악화 호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언제 어느 순간 이놈(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기 때문에…”

환자복 차림의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검은색 사복 정장을 고집하던 평소와는 달리 연푸른색 환자복 수의(囚衣)를 입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9일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24회 공판을 열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이른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명단에 오른 예술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도록 만든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김 전 실장은 이날 피고인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환자복을 입은 김 전 실장에게 “따로 치료같은 걸 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복약을 하고 운동을 많이 해야된다”며 “언제 어느 순간 이놈(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늘 입었다”며 “옷을 갈아입을 때 기력이 없어 바지같은 걸 입다가 쓰러지고 정신을 잃어서 오늘은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부연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보석을 청구한 김 전 실장이 재판부에 건강 상태를 호소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지병인 심장병 등 건강이 악화됐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이란 구속된 피고인을 석방하면서 일정한 보증금을 받고, 도주할 경우 이를 몰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전 실장의 오전 재판은 증인신문이 예정돼있던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이 불출석하면서 15분 만에 마무리됐다. 송 전 수석은 불출석 사유서에 ‘교문수석으로 3개월 밖에 근무하지 않았고, 특검에서 이미 13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는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불러 증인 신문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 전 비서관에게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이 좌천된 경위를 물을 계획이다. 특검팀은 최 씨가 딸 정유라(21) 씨가 한국마사회컵 전국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데 불만을 품고 정 전 비서관에게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에 나선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이 ‘승마협회 내 최 씨 측 인사와 반대파 둘다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들을 ‘나쁜 사람’이라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했다고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이 실제 인사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등 관여했다고 보고 청와대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한 경위를 캐물을 방침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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