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보고서 줄줄이 반대…‘강한 야당’ 딜레마에 빠진 자유한국당

-김상조 후보자 검찰 고발 강수, 출구전략 부재에 고심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인사청문 정국을 대하는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 당시 표결 불참의 형태로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인준이 통과되면서 이미 제1야당으로서의 자존심이 크게 손상된 상태다.

이에 더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야권공조가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당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건 만큼 새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후보자들이 속속 임명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 입장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 부인의 영어전문교사 채용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가 토익 점수를 상향 조정한 의혹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8일 제출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자진사퇴나 지명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녀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검찰 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당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을 하는데는 ‘기선제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꺾고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한국당으로서는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보수색이 강한 한국당은 다른 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딜레마는 현재 의석이 107석으로 표결을 통한 국회 인준을 자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표결이 필요한 김이수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고, 다른 후보자들은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무작정 후보자들의 자진사퇴만을 요구하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한국당으로서는 반대 입장 표명이 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청문회장에서 의혹 검증이나 현안 대응에서 야당으로서의 대응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면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당시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트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재연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비껴갈 여지를 두긴 했지만, 여전히 ‘발목잡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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