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암흑기 언제까지…

새 정부와 재계 첫 만남서 배제
訪美 경제사절단 구성도 상의로
일부 “네트워크 노하우 아까워”

정부가 경제단체를 잇따라 만나며 재계와 대화 물꼬를 튼 가운데 위상이 크게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철저히 배제되며 벙어리 냉가슴 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기업연합회’로의 개명과 함께 혁신을 추진중인 이 경제단체의 운명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된 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로부터 향후 만남 추진 등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정위 사회분과 관계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 방미 일정에 함께 할 경제사절단 구성에서도 전경련은 배제된 상태다. 전경련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 업무를 맡아왔지만 이번에는 대한상의로 이관됐다.

앞서 문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의 파트너에서도 제외되는 등 새 정부의 이른바 ‘전경련 패싱’은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과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데다 전경련을 향한 국민 여론도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재벌 회장 모임’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기존 회장단 회의를 경영 이사회 체제로 바꾸고, 4대 그룹 탈퇴 여파로 조직과 예산을 크게 감축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정농단’ 꼬리표는 쉽게 떼어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민간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이 수십년 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버리기는 아깝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실제 전경련은 지난달 일본 경단련(경제단체연합) 회장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메시지를 내놓는가 하면, 미국 상공회의소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경련의 존폐 운명은 일단 산업부 신임 장관이 임명된 후 결정될 전망이다. 조직 명칭을 바꾸려면 산업부의 정관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경련 측은 산업부의 신임 장ㆍ차관이 임명되는 시점에 맞춰 ‘한기련’으로의 개명 등 정관변경 승인 신청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관변경 승인이 무사히 통과되면 전경련은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존재감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승인 신청과 같은 시점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설립 허가 취소’ 건도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은 전경련으로서는 우려스런 대목이다.

경실련 등은 전경련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불법모금과 어버이연합 지원 등 설립목적을 위반해 운영됐기 때문에 산업부가 설립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경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단체가 기소되거나 한 것도 아닌데 허가 취소 등 강제 해체를 시키는 건 산업부도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개명 이후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면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배두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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