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데이터] 수사중단외압 폭로 코미 前FBI국장…트럼프 대통령 ‘탄핵시계’ 빨라지나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의 ‘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취임 5개월 만에 탄핵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중단을 지시했다는 ‘핵폭탄급’ 폭로로 미국 국민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며 가장 뜨거운 화제의 인물이 됐다.

키가 2m가 넘는 장신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날을 세우기 전부터 특유의 강직한 성품으로 여러 차례 주목받았다.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2003~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으로 일하던 때였다. 2004년 부시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국(NSA)이 영장없이 도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연장 승인을 추진하려하자 사표까지 쓰면서 이를 저지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 투표 11일을 남겨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전격 결정하면서 또 한번 유명세를 탔다. 이메일 의혹 재수사는 클린턴이 우세했던 대선 판세를 트럼프 쪽으로 뒤집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행보로 미뤄 코미 스스로는 자신을 공화당 성향이라고 하지만, 수사에 있어서는 초당파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인 벤저민 위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5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그를 “정직하고 지조있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클린턴의 이메일 의혹에 대해 주저없이 재수사 지시를 내린 것도 “좌고우면하지 않은 그의 비정치적 캐릭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P통신은 “집요함(tenacity)으로 설명되던 코미 전 국장이 클린턴 수사로 공정한 사람(straight shooter)이란 평판까지 굳혔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도 특유의 강직함을 발휘하면서 트럼프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는 FBI 국장 임기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 해임 통보를 직접 전달받지 못하고 TV 뉴스를 통해 접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공직자 옷은 벗었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FBI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은밀한’ 회동 이후 특검 수사를 대비해 대화 내용을 메모해뒀고 이를 토대로 의회 증언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기에 이르렀다.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라며 충성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끈질기게 준비한듯 편안한’(CNN) 모습으로 전날 제출한 서면증언을 육성으로 대중에 확인시켰다. 트럼프 측의 주장에 대해 5차례나 “거짓”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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