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폭풍 ④] AI에, 가뭄에…무서운 식탁

-닭고기 이어 대체 육류도 ‘들썩’
-작황부진에 채소 과일값 비상
-식탁물가 체감 갈수록 ‘악화’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식탁에 반찬 하나 올리기 무서워요.”

봄부터 계속된 극심한 가뭄에 최근 다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풀루엔자(AI)까지 확산되며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는 때 이른 무더위로 일찌감치 과일ㆍ축산ㆍ수산물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계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일산에 사는 주부 한효집(39) 씨는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없다고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아이들 때문에 닭고기 구매가 사실 꺼려진다”며 “대신 돈을 더 보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사려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해 채소와 과일의 작황이 부진하고 AI 재발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어서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의 쇼핑카트에 각종 채소와 과일 등이 담겨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처럼 닭고기 대신 소고기,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대체 육류 가격도 일주일 사이 5% 올랐다. 게다가 축산물 수요가 많은 복날과 휴가철도 앞두고 있어서 이번 AI가 장기화되면 대규모 물량 부족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한 씨는 “AI여파가 가시지 않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또 가뭄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채소와 과일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주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파(1㎏ㆍ5일 기준)는 1년 전보다 33.2% 오른 1990원에 팔렸다. 수박 1개의 경우 평균 1만853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5.8% 급등한 것이다.

방울토마토(1㎏)는 5622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22.6% 상승했고, 토마토(1㎏)도 3180원으로 15.1% 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상고온, 가뭄, AI 등은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뭄과 AI 여파로 서민들의 식탁물가 체감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축산물이 11.6%, 수산물이 7.9% 올랐다. 축산물 물가는 2014년 6월(12.6%) 이후 최대로 상승했다. 과일 등 신선과실은 19.7%나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그칠 기미가 없어 물가 부담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1월 2.0%로 오른 뒤 1.9%(2월), 2.2%(3월), 1.9%(4월)로 5개월째 2% 안팎을 유지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1% 안팎 수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지난해 12월 이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 일부 업계가 지난 대선 전후의 ‘국정 공백기’에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외식물가도 덩달아 오름세다. 일각선 문재인 정부가 물가 관리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BBQ는 10개 품목 가격을 평균 10% 인상한 데 이어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2차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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