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폭풍 ②] 고공행진 계란값, 수입도 불투명…대책이 없다

-계란값 치솟으며 장바구니물가 위협
-1월 신선란 수입한 미국도 AI로 고전
-수입산 계란 재추진해도 효과 불투명
-수입산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여전해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계란 공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계란은 ‘국민 식탁’을 책임지는 식품이자, 빵 등의 주재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도미노 물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서민들은 그렇잖아도 오를대로 오른 물가 상승에 또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까봐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AI 재발로 인해 계란 공급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수입산 계란 공급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수입산 계란은 지난해 말 발생한 AI 사태 여파로 등장했었다. 이번에도 AI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되면 수입산 계란을 또 염두에 둘 수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계란 수입이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란을 낳는 국내 산란계 농가가 무너진 데다 수입산 계란까지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으면 계란값 고공행진에 브레이크를 걸 수단은 없어 보인다.

[사진설명=정부가 계란값 안정을 위해 수입산 계란의 공급을 준비하고 있지만 절차 진행이 더뎌지면서 계란 수급력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산란계 농가 모습.]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계속되는 계란값 상승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수입국 정부와 수입 위생 기준을 조율하며 수입산 계란의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말 번진 AI 사태로 인해 계란 공급에 비상이 걸리자 지난 1월 최초로 미국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주수입국인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도 AI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부는 태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으로 계란 수입처를 조정했다.

하지만 수입산 계란을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상적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수입처 국가에서 이달 초까지 위생절차를 조기에 완료하고, 병아리 수입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절차가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에서 여전히 우리 정부가 제시한 위생 기준에 대한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절차 진행은 미흡한 상태다.

또 지금부터 이들 국가에서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선박 운송, 국내 위생 점검 등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도 수출을 준비할 때 우리 측이 제시한 위생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방안을 상대국에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내놓지 않고 있어 지지부진 상태”라며 “연초부터 계란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 수입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가 가장 유력한 수입처로 꼽는 곳이 비교적 가까운 태국이다. 하지만 태국 정부 역시 우리 측이 제시한 위생 기준을 검토중인 상황이어서 답보 상태다. 태국 외 대안으로 현재 식용란 수입이 가능한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캐나다 등도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 모두 운송 거리가 먼 국가라 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수입산 계란에 대한 항공료 50% 지원은 끊겼고, 무관세 혜택도 이달 중으로 끝나 수입산 계란의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산 계란 수입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수입산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문제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신선도가 높은 국내산 계란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수입산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주무 박모(38) 씨는 “지난 번에 흰색 미국산 계란이 들어왔을 때도 찜찜한 마음이 들어 구입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미국에서도 AI가 발생했다고 해 그 뒤로도 수입산 계란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며 “정부에선 위생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 오골계, 토종닭 등 특수종 농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AI가 산란계 농가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고온다습의 여름 날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려되는 것이다. 만약 지난해 말 발생한 AI 사태 당시처럼 바이러스가 산란계 농가까지 본격적으로 번지면 계란 공급망이 더욱 좁혀져 계란값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이란 대책도 뚜렷하지 않고 국내산 계란은 점점 구하기 힘들어져서 올 한해는 계란과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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