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검찰 줄세우기 인사’ 이젠 그만

‘정권이 바뀐다고 검찰이 달라지진 않는다. 라인이 바뀔 뿐이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더킹’은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 전개는 거북했지만, 이 대사 한 줄은 인상깊었다.

잠깐 생각해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조합된 ‘정치 검사’는 아마 현직 검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일 듯 하다. 정치 검사는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검찰에 던지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하거나 반대로 벌을 준다. 마음만 먹으면 인사권 통해 검찰을 틀어쥘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체 비중을 따지면 소수지만, 그동안 이런 역학구도의 중심에 놓였던 검사들의 그릇된 행보가 검찰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정부가 8일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됐던 검사들 몇몇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이 이뤄진 뒤에 단행되는 간부급 정기 인사에서 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번 인사 취지를 밝히는 보도자료에서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이유로 삼았다. 문책성 인사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인데,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 내부 반응은 좋지 않은 편이다. 문책성 인사 대상이 된 검사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러한 방식의 인사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성토를 하는 분위기도 있다. 어차피 나갈 사람을 ‘적정한 사건 처리를 못했다’고 딱지를 붙여 내보내는 게 옳으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나간 일보다 중요한 건 현재 남아있는 구성원들이 이번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그동안 줄을 댔던 검사들을 정리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도, ‘언제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일 수도 있다. 이번 검찰 정기 인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예전 관행처럼 출신 지역이나 정치적 사건을 처리했던 이력을 따져 ‘자리 나눠주기’식 인사가 단행된다면 검사들에게 어떤 학습효과를 줄 것인지는 명확하다. 검찰의 인사평정 시스템은 우수한 편이다. 완벽한 평가라는 게 있을 수 없겠지만, 꽤 다양한 평가요소를 계량화해 어느 검사가 일을 잘하는지, 어떤 업무에 적합한지 그리 어렵지 않게 가려낼 정도가 된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길들이려는 욕심만 버려도 검찰의 중립성은 상당부분 지켜질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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