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동안과 4차원으로 묶여졌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2년차 배우 최강희(40) 정도면 작품 제의가 계속 들어올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품마다 톡톡 튀는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그에게도 작품이 뚝 끊긴 적이 있다.

“2009년 영화 ‘애자’ 이후에도 한달에 10건 정도의 대본은 들어왔다. 그러다 2013년 영화 ‘미나문방구’, 2013년 드라마 ‘7급공무원’이 끝나고는 작품제의가 뚝 끊겼다. 간혹 들어오는 것은 아이가 있는 엄마 역이었다.”

최강희는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모두 양 극단의 배역이고 중간은 없었다. 연하남이랑 로코를 찍든지, 아니면 건어물녀가 들어오다 그것도 안들어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기 엄마나 불륜녀 정도였다.

“나한테 남은 건 ‘동안‘(童顔), 두 글자였다. 동안이 좋은 말 같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게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4차원’이라는 말이 더해졌다. 이 단어는 유니크 하기 보다는 괴상하게 여겨졌다. 정답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질감으로 다가왔고 그 글자가 무서웠다. 그때 우울증이 왔다.”

최강희는 “사람들 표정이 나에게 호의적이이지 않고 무겁게 느껴졌다. 나에 대한 기사도 4차원과 동안으로 묶여졌다. 2013년 ‘미나문방구’ 끝나고부터는 모자를 푹 눌러쓰지 않으면 밖을 못나갔다.”고 전했다. 

그래서 최강희는 최근 종영한 KBS 수목극 ‘추리의 여왕’을 통해 아줌마로 불려지는 게 좋았다고 했다. “다시 사람들속에 쏙 들어간 것 같다. 아줌마라는 말이 너무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 최강희에게 아줌마는 사이다가 된 것이다.

“‘추리의 여왕’은 나에게는 선물이다. 단순하게 유설옥이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선물이 아니다. 내 연기 인생에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어떤 역을 맡아도 자신이 생긴다.”

만약 연하남과 로코물을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라고 기자에게 물을 정도였다. 최강희는 KBS 수목극 ‘추리의 여왕’에서 생활밀착형 추리퀸 유설옥으로 하드보일드 열혈형사 하완승(권상우)과 콤비를 이뤄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풀어나갔다.

최강희는 “B급 감성이 좋았고, 거창한 고도의 과학적 기법 추리가 아니라, 아줌마가 하는 직관 과학이 편하게 다가오고, 센 사건들도 중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추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마트에서 달걀 할인 행사하는 코너의 시간과 장소를 추리하는 글을 쓰는 작가를 보고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이 없는 아줌마가 완벽하게 추리하면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봐줄까를 생각해봤다. 똑똑하게 추리하는 설옥이 현실에서는 눈치보고, 가정에서는 시어머니 등 가족들에 치여 사는 데서 나도 감정이 녹아들어갔다. 대리만족과 공감,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강희는 “사실 추리물은 골치 아팠다.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해한다)이다”면서 “하지만 첨단사건보다 생활사건, 가령, 노인정 음료소 독극물 첨가사건을 다루는게 흥미로왔다. 완승(권상우)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보여주는 관계와 감정도 재밌었다”고 전했다.

최강희는 2005년 옴니버스 단막극 ‘떨리는 가슴’에서 흔들리는 여성 수경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최강희는 단막극에 최적화된 배우같았다.

“이런 기회가 이젠 안온다. 단막극이 시청률이 별로 안나오고, 그래서인지 많이 없어지고, 신선하지만 몇분안에 보여줘야 하는 웹드라마가 나오는 현실에서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강희의 인기 도전은 아름답게 보였다. 우울증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는 강인한 최강희가 아닌가?

“원래 예뻐보여야 하는 데 대한 개념이 없다가, 동안이라는 말 때문에 외모에 신경을 쓰게됐다. 이제 다시 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자유롭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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