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내세워 국고보조금 13억여원 ‘꿀꺽’

-대포차 1300대까지 유통시킨 일당 검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노숙인을 이용해 국고보조금을 가로채고 대포차를 불법 유통시킨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노숙인을 꼬드겨 13억4000천만 원의 ‘근로자전세자금’을 편취하고 1300여대의 대포차를 불법 유통시킨 혐의(사기)로 총책 김모(48) 씨 등 2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남모(57) 씨 등 18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김씨는 국민주택기금 편취 경험이 있는 고모(66) 씨로부터 “노숙인을 이용하면 대출 심사가 허술한 주택전세자금을 빼돌릴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이 악용한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은 국토교통부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무주택 근로자들에게 담보 없이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전세계약서 등만 갖추면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역, 천안역, 아산역, 반포고속버스터미널 등지에서 노숙인을 모집했다. 이들은 노숙인에게 접근해 밥을 사주면서 “숙식을 제공할테니 대출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회유해 범행에 가담시켰다.

일당은 인천의 다세대 건물 지하방 등 숙소 여러곳에서 노숙자들을 합숙ㆍ교육시켜 노숙인 명의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다른 노숙인들을 ‘유령 법인’의 근로자로 등재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일인당 6000만원~9500만원 씩 총 13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헤럴드경제DB]

뿐만 아니라 일당은 제2ㆍ제3 금융권 대출을 통해 일인당 1500만원~2000만원의 이윤을 남기고, 노숙인 명의로 중고차를 매입해 1300여대의 대포차를 유통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노숙인 몫으로 한명당 2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떼어준 후 연락을 끊어버렸다. 숙소에 방치된 노숙인들은 월세를 독촉받다가 다시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20여년동안 부동산 중개업 브로커로 활동한 김씨는 전과 15범이다.

경찰은 지난 2015년 5월 27개 유령법인 명의로 1337대의 차량이 불법 유통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김모씨가 노숙인 2명으로부터 1억4100만원의 근로자 전세자금을 불법 대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해 12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4개월간의 추적 끝에 김씨가 내연녀의 명의로 아파트를 임대받아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3월 23일 김씨를 검거했다. 이후 경찰은 순차적으로 대포차량 유통업자 및 대출 신청자들을 검거하고 대포차량 269대를 회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노숙인 명의로 설립한 유령법인 15개를 추가로 발견해 추가 여죄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한 법인당 노숙인 4~5명이 등재돼 있었고 법인으로 이용당한 노숙인이 70~80여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기관 대출심사 강화 및 법인 인ㆍ허가 시 철저한 실사를 통해 복지기금이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부실 채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해 추후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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