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시사점

한 나라의 정치체제와 문화는 주변 국가들과의 투쟁관계 등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 인구, 종교, 언어 등과 같은 인문적 요소뿐만 아니라 기후, 부존자원 등 자연환경 요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중 스위스의 정치문화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그 지정학적 위치와 국토 면적의 70%에 달하는 알프스의 높은 산지로 인해 산재하는 마을간 소통이 매우 어려웠던 지리적 환경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구가 적고 주(칸톤) 단위의 독립성이 강했던 스위스에서는 1291년 3개 주가 합스부르크 지배에서 벗어나 공동의 적으로부터 영토와 독립을 보전하기 위해 최초로 동맹을 이룬 이후 주변 주들이 동맹체에 계속 가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사회가 복잡하게 분화되고 사안이 전문화된 현재까지도 스위스에 직접민주주의 전통과 요소가 많이 남아있는데, 인구 8.4백만 스위스의 26개 주 중 2개의 주에서 매년 한번 주민회의를 열어 주의 정책을 결정한다. 지난 4.30 아펜첼 이너로덴 주의 야외 광장에서 개최된 주민회의를 참관한 적이 있는데, 이 회의에 약 12,000여명의 유권자 중 약 4,000명이 참석하였다. 주민회의에서는 주 정부가 제안한 법안과 3개의 주민제안 법안 등 총 15개 의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 후 사안별 찬반투표가 이루어졌는데 각 제안자들이 단상에서 열정적으로 제안설명을 하고 참석자들은 이에 거수로 표결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연방차원에서는 국민투표가 연 4회 실시되는데,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국민들이 헌법개정 제안을 할 수 있고(국민제안)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이의를 제기하여 찬반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 의회는 국민제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붙이거나 대안을 제시하여 함께 투표에 회부한다. 이렇게 실시되고 있는 국민투표는 잦은 실시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지만 국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토록 함으로써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고취시키므로 그 민주주의적 의의가 크다.

한편 연방정부는 득표율 순으로 4개 정당에서 7명의 각료를 배출하고 대통령은 각료 중 1년 임기의 순번제로 의회에서 선출되는 스위스식 회의체 정부이다. 회의체 정부는 여러 정당이 연정하여 내각을 구성하는 연립내각과는 다른데, 여야가 따로 없으며 정당간 공통된 정강의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 사안마다 모든 각료가 합의하여 결정한다. 이는 스위스 정치가 인물중심의 정당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시민사회가 개별의원을 통해 정책과 가깝게 연결된다는 차원에서 진정한 대의정치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잦은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미친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정치과정은 보다 많은 국민들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길이며, 보다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되 소수자와 소수의견을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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