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손녀, 60억원대 서울땅 소유권 주장…패소

[헤럴드경제=이슈섹션] 대한제국 고종의 손녀 이해원(98) 옹주와 그의 가족이 서울 서대문 일대의 땅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소송에서 졌다.

황실 가족으로서 60여년전 혼란한 상황에서 주인이 바뀠었다는 주장이지만, 법원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해원 옹주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의 둘째 딸이다. 최근 영화화돼 잘 알려진 덕혜 옹주는 해원 옹주의 고모인 셈.

이해원 옹주. 사진은 2006년 대한제국 황족회가 제30대 왕위 계승자로 추대할 당시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해원옹주는 1919년 의친왕 사저인 사동궁에서 태어나 1936년 경기고녀(현 경기여고)를 졸업했다.

같은해 충청도 갑부 아들 이승규씨와 결혼했다. 게이오 대학 법문학부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납북되며 가세가 기울었고, 1992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10년만인 2002년 귀국했다.

해원 옹주와 가족은 과거 남편 이승규씨 명의로 돼 있던 땅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냈다.

해원 옹주 측은 남편 이승규씨가 고위 법조인 김모씨에게 사채를 빌리면서 등기부등본과 도장, 인감증명을 전달했는데 이씨가 6.25 전쟁 전후 강제 납북되는 과정에서 주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 확인해보니 땅이 김씨 집의 머슴 명의로 가등기가 되어 있었다는 것.

논란이 된 땅은 서울 연희동 안산 일대 임야다. 서대문구청 북쪽 안산 벚꽃길, 신연중학교 남쪽 땅 등 총 1만9368㎡(5859평)로 개별 공시지가로 따지면 3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당 토지는 1995년 정부 부처와 연희동 주택조합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1999~2000년 서울시가 ‘공고 용지 협의 취득’ 명목으로 땅을 이전받아 피고(땅 주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해원 옹주 측은 “1948년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해 이뤄진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건설교통부, 노동부 등 옛 정부부처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냈다.

해원 옹주 측은 피고들이 소유권을 침해한 채로 보상금을 부당하게 챙겼다며 부당이득금과 지연손해금을 합해 약 60억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이 사건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승규씨 소유였던 토지는 1943년 이씨가 사망하면서 장남 진휴씨에게 상속됐고, 1948년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다”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남편 사망 전후 상황이 해원 옹주의 기억과 다르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로 이전될 당시 해당 토지가 원고들 소유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더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해원 옹주 등 16명은 “선친 이기용(해원 옹주의 양아버지)씨 소유였던 경기도 하남시의 땅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기용씨는 흥선대원군 큰 형의 종손으로, 의친왕이 자녀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자녀들의 양아버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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