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명소 춘천 명동…그 많은 손님들 다 어디로…

불경기에 AI까지 덮쳐 설상가상
1인분 100원 남기고 팔아야 할판

“한명도 괜찮아요~ 맛없으면 돈 안받을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전국에 몰아닥친 지난 11일. 닭갈비 명소로 알려진 춘천 명동을 찾았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상인들의 호객행위로 소란했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쭉 늘어선 가게들에선 저마다 중년의 여성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붙잡겠다며, 이렇게 외쳤다. 절박해보였다. 외국인이 지나갈 때면 “화닝(歡迎ㆍhuanying)”ㆍ“컴인, 웰컴(Come in, Welcome)”이라고 소리쳤다.

현재 춘천에서 영업중인 닭갈비 전문점은 290여곳. 막국수집을 포함하면 350여곳인데 이들 업소들은 최근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불경기 탓에 장사가 안되는데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고기 도매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잡아보겠다며 주인들은 가게 밖으로 나온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와 축산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I가 터지기 직전 닭고기 도매가격은 육계 1kg당 4250원이었다. AI여파로 지난 8일 3698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추세에 비춰봤을 때 곧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상 AI가 전국을 닥칠때면 닭고기 도매가격은 소폭 하락하다 높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잇단 채소값 폭등 등과 겹쳐 서민 식탁은 물론 장바구니 물가에 위협적인 요인이 되고 있어 서민들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특히 춘천과 같은 닭갈비 집들은 닭다리 위 허벅지살 일부를 닭갈비에 들어가는 육류로 한정해 쓰고 있어서 닭고기 가격이 오를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이날 춘천 B 닭갈비 주인은 “닭갈비 고기에 들어가는 특수부위는 지난해 AI여파가 터지기 전에는 6만원 정도 했었는데 지난주 10kg당 8만8000원 정도했다”고 털어놨다. M 닭갈비집 주인도 “특수부위기 때문에 돼지고기 갈비가격이나 비슷한게 실정”이라며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서 1인분 팔아야 1000~2000원 남긴다”고 했다.

급기야 폐업한 가게도 등장했다. 닭갈비 골목 초입의 한 업소가 부동산 업체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이에 인근 상점 주인은 “외손녀를 봐주며 용돈을 타쓰겠다고 문을 닫았다”며 “장사가 잘되면 보모를 둘텐데, 문을 닫고 애를 볼 정도로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가게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던 한 상인은 “가뜩이나 불경기 때문에 줄어든 매출, 닭고기 가격이 더 오르면 천치기(1인분 1000원대 매출)에서 전치기(100원대 매출)가 될 것”이라며 “또 다시 시작”이라며 혀를 찼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12일 오전 0시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전국적으로 살아있는 닭ㆍ오리 등 가금류 유통행위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 14곳을 포함해 전국에 AI 의심 농가가 35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춘천=김성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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