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민주주의 좋지만 작은 규제 완화 하나가 더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주의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6ㆍ10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라고 언급한 게 그 발단이다. 지난 30년 동안 이른바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지만 부의 양극화 심화로 ‘경제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앞으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그런 맥락이다. 그러면서 ‘일자리 위기’가 그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민 누구라도 공감하는 시대적 과제다. 또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라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과 노동자,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룬다면 이 보다 더한 난제도 다 풀어갈 수 있다.

문제는 각 경제 주체간 이해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느냐는 점이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한 발씩 양보한다면 얼마든지 가능겠지만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양보의 주체를 기업 일방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사회 분위기만 봐도 그런 모습이 역력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등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정책 대부분이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더욱이 정책의 현실성 결여를 비판하는 경총 등 경제단체를 향해 “성찰하고 반성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이런 인식이라면 대타협과 경제민주주의 실현은 어림도 없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정부 역할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계 역시 통 크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령 해고를 쉽게하는 고용유연성 확보에 동의하는 등의 진정성을 보일 때 노사정 대타협이 비로소 가능하다. 일자리는 정부가 늘린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다.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돼 있다.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최선의 일자리 정책이다. 경제민주주의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피부에 와 닿는 규제완화 하나가 지금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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