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①]임금 떼먹고 “너 가출했지” 되레 협박…규제의 역설

-15~18세 부모 동의 후 노동 가능
-가출 등 비공식 노동 ‘착취 발생’
-“아동노동 인식 강화…법안 필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A(17) 군은 최근 가출을 했다. 가출 기간동안 A 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출해 머물던 친구집 근처 식당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정식 아르바이트 계약을 할 수 없었던 A 군을 상대로 점주는 최저시급 이하의 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 주에 한 번씩 주기로 한 돈을 여러차례 떼먹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의 생활비가 필요했던 A 군은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A 군은 약속했던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배달 아르바이트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주인의 한마디에 잘리고 말았다. 마지막주 주급은 받지도 못해 화가 난 A 군은 이 같은 점주의 처사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고용계약서 하나없는 현실과 함께 가출 사실을 집에 알리겠다는 점주의 위협에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세계노동기구(ILO)가 지정한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인 12일을 맞아 국내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을 노동착취로부터 보호하려 만든 아동노동 관련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동복지지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연구논문 지원사업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한국의 아동노동: 아동노동은 어떻게 이용되고 규제되고 금지되었는가’의 저자 유민상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박종석 씨는 이 같은 문제를 연구를 통해 지적했다.

논문에서 이들은 의무교육의 확대와 산업구조의 재편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15세 미만의 아동노동은 점차 감소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현행 아동노동 제도가 만 15~18세 아동노동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동을 규제 사각지대인 ‘비공식적 노동시장’으로 유입시켰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만 15~18세 아동은 부모ㆍ후견인의 동의를 받으면 아동의 건강ㆍ안전ㆍ윤리를 위협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를 받기 힘든 탈가정(가출) 아동의 경우 이 같은 법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속에 탈가정 아동들은 비공식적인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용주로부터 모욕을 받으며 일하거나 필요할 때만 사용되고 내쫓기는 일명 ‘꺾기’, ‘수도꼭지’ 고용에 시달라고 있다는 것이 유 연구원의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업무에 지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상대적으로 피해액이 적은 아동노동 사건은 체불임금 등 청구금액을 일부 깎는 형태로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논문에서 직업교육 과정에서의 착취 문제, 연예 사업의 활성화로 인한 연습생도 아동노동 착취의 새로운 형태로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구인 서울 강남구에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만든 경험이 있는 이관수 서울시의원(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 이사)은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에 적극 나서야하지만 규정이 미비하거나 인식이나 관심이 다른 사회적 문제에 비해 약한 경우가 많다”며 “계약서도 없이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거나 성추행을 하는 등의 행동에 대해 가중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만들어야 아동노동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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