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죠” 이은 제 40대 한인상의 회장

이은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내려놓는 이 은 회장.

한인사회와 LA시정부간의 소통플랫폼인 ‘밋더시티’를 창설하는 등 성과를 내놓았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죠”

LA한인상공회의소(이하 한인상의) 40대 이 은 회장이 이번 달을 끝으로 본업인 원단사업가로 돌아간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전임 회장들과 사뭇 다른 행보로 주목받았다. 전임 회장단이 연륜과 권위를 앞세웠다면 이회장은 친근함을 내세웠다. 노년층 이사들에게는 예의 바른 동생처럼, 청년층이 주를 이루는 젊은 이사들에게는 형님처럼 살갑게 다가갔다. 지금껏 상의를 거쳐 간 회장 중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친근함을 바탕으로 세대간격을 넘나드는 소통력에서 나온 결과다. 한인상의 이사장을 거쳐 회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2년간 단체장을 맡았던 소회를 들어봤다.

-이사장 1년, 회장 1년을 더해 지난 2년간 경험한 한인상의 활동을 정리해본다면?

▲이사장 1년과 회장 1년을 나누어 설명해야겠다. 지난 2015년 이사장 자리를 놓고 이상훈 이사와 경쟁해 32대 26으로 당선됐다. 당시 한인상의 내부 상황을 보면 원로·중진 위주 운영에서 젊은 층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사간 결집력도 부족했다. 이사장에 당선된 이후 1년간 거의 모든 이사와 한번쯤은 따로 만나 밥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졌다. 이 덕분인지 이듬해 회장선거에 나섰을 때는 아무런 반대가 없었고 단독 출마로 당선됐다. 회장에 당선된 후에는 기존 10개의 커미티(위원회)를 15개까지 늘리고 100여명에 달하는 이사들이 적어도 하나의 사업에 무조건 참여하도록 했다. 당시 아들이 한국에서 큰 수술을 받아 동행해 병간호를 하면서도 시간 나는 대로 이사들에게 국제전화로 커미티 참여를 요청하고 설득했다. 물론 참여 커미티는 이사 본인들의 성향과 선호도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했다. 또 모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관련 위원회 이사들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진행했다. 1명이라도 반대하면 두 말없이 접었다. 지난 2년간 이사진의 결속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한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사업을 꼽는다면

▲한인커뮤니티의 현안을 LA시정부와 협의하는 창구로 만든 ‘밋더 시티(Meet The City)’ 프로그램이다. 어느날 타 커뮤니티 단체 관계자를 만나게 됐는데 여기서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LA시의 주요 기관 및 관계자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을 방법이 있는데 왜 한인 커뮤니티는 이런 기회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묻더라. 이후 시 정부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했고 여기에 데이빗 류 시의원과 허브 웨슨 LA시의회 의장의 도움을 더해 경찰국, 소방국, 수도전력국(DWP), 공공사업국, 시장실 경제개발부, LA항만,그리고 LA국제공항(LAX)까지 무려 38개 부처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한인상의 주도로 한인 경제계 인사들이 LA시 관계자와의 네트워크를 쌓고 한인 커뮤니티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밋더시티’가 시청에서 했던 첫 모임과 달리 코리아타운에서 가진 2회 모임은 실패 아니었나?

▲정말 부끄러운 얘긴데, 좀 자만했다. 1회가 워낙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뭐랄까, 약간 도취됐다고 해야되나. 2차 행사에는 당연히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당초 행사장 측에서 200개 좌석을 준비했을‹š, 최소 400명은 올 것이라며 의자를 더 준비하라고 할 정도였다.하지만 20여명 남짓 참석했다. 참담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위해 시 개별 부서의 담당자를 부르고 상담시간도 5분으로 제한할 생각이었는데 실제 방문자가 적다보니 시간이 남아 돌았다. 회장 체면이 있어 티는 내지 않았지만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일 차기 회장단이 같은 행사를 한다면 1회때와 같이 사전 등록으로 특정 수의 참가자를 확보하고 이들의 참가 여부를 거듭 확인한 다음 행사 직전까지 꾸준한 홍보를 해야할 것이다.

-한인 상공인간 네트워크 강화에 크게 기여했던 ‘글로벌 CEO’(G-CEO) 프로그램이 갑자기 중단된 이유는?

▲공동으로 주관했던 한국 외대 경영대학원 측이 지난 4월 갑자기 프로그램 중단을 통보했다. 수익 배분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인이 무엇이든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중단을 알린 것은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무시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간 글로벌 CEO가 한인 상공인간 네트워크 강화 및 역량강화에 크게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G-CEO 프로그램은 더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한인상의는 이 은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41대 회장을 맡을 이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장이 일을 너무 잘 해내 그 보다 더 잘할 수 없다고 여긴 이사들이 저마다 손을 내저었다는 것이다. 한인상의 제16대 회장을 비롯, 한인회장 등 커뮤니티 단체장을 두루 역임하고 이제는 한인사회에서 반쯤 은퇴한 올드타이머 인사로 여겨져온 하기환씨가 25년만에 다시 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해 이달 28일 취임식을 갖는다. 이 은 회장이 간곡하게 맡아달라고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제가 하회장님 밖에 맡아줄 분이 없다고 하자 미쳤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미쳐서 회장을 했습니까라고 대꾸했더니…하하…다시 해보겠다고 하시더군요.”

회장직을 인수인계하는 과정과 대상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이 은 회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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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 한인상의 회장이 지난 9일 후임 하기환 회장내정자(왼쪽에서 두번째)의 패사디나 자택에서

감사모임을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은 회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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