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휘자’ 김동연 부총리…‘킹핀’ 찾아 활로 뚫는다

사람 중심 지속가능 성장위해
일자리확대·양극화 해소 급선무
꼬리 문 뱀모양 고용·소득·성장
킹핀 공략 정치권 협조없인 불가능
첫 추경 ‘설득의 미학’ 보여줄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와 경제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의 추경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한데 이어 13일엔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김 부총리가 취임식을 15일로 미룬 채 현안부터 챙기는 것은 그만큼 우리경제가 엄중한 상태에 놓여 있고, 탄핵정국 이후 6개월여 동안의 정책 공백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 지체할 여유도 없다는 분석이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우리경제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킹핀 경제론’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킹핀은 볼링에서 중간에 숨어 있는 5번 핀을 말한다. 볼링 볼이 1번과 오른쪽 뒤편의 3번 핀 사이를 관통해 5번 핀을 맞추면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려 스트라이크 성공 확률이 높다는 데서 나왔다. 복잡한 우리경제 문제도 이런 킹핀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3면


그는 지난달 21일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 문제를 현상적으로 볼게 아니라 현상 속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킹핀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문제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중심이 돼 지속 성장하는 경제를 중점 목표로 제시하면서 “일자리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바탕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우리경제의 킹핀이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이어 “▷사람 중심의 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세 정책방향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킹핀’ 공략이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고용확대나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은지 오래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기업들은 고용을 더 줄일 수도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가계부채를 축소해야 하지만, 건설시장이 위축되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볼링의 킹핀과 달리 현실경제에선 각각의 핀이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불안요인도 첩첩산중이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권 협조도 필수적이다.

그의 첫 시험대는 일자리 추경이다. 새정부는 11조20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추경을 편성했지만, 야권은 냉담하다. 야권은 세금을 동원한 일자리 창출에 반대하며, 이것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새경제팀이 헤쳐가야할 대내외 상황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이전 정부의 유산이기도 하다. 정치권도 대승적 차원에서 새경제팀의 출항에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에서 시작하는 김동연호의 ‘킹핀’ 공략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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