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항암제 시장을 잡아라”

-항암제는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어려운 분야
-미충족 수요 많아 개발만 되면 충분한 시장성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중 30%가 항암제 임상
-유한양행ㆍ한미약품ㆍ녹십자 등 항암제 개발 중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항암제는 어렵다는 신약개발 분야 중에서도 가장 개발이 까다로운 분야로 손꼽힌다.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항암제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직 충족되지 못한 분야이기에 개발에 성공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연구개발 능력이 높아진 국내 제약사들도 잇따라 항암제 개발에 나서면서 항암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항암제, 놓칠 수 없는 매력은=의학 수준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내놓은 ‘2017년 통계로 본 암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를 넘어섰다. 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이상을 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통계청의 2015년 10대 사망원인을 보면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150.8명으로 2위인 심장 질환(55.6명)의 3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항암제는 제약사들이 가장 개발에 치중하는 분야 중 하나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승인된 임상시험 628건 중 항암제 임상시험 승인은 202건으로 가장 많다.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중 항암제 개발 임상시험은 부동의 1위이며 2014년 이후에는 매년 200건 이상이 승인을 받고 있다. 특히 암세포는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새로운 돌연변이나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항암제도 업그레이드가 요구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포괄적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동일한 치료를 진행했지만 이는 낮은 치료효과와 높은 부작용의 한계를 보였다”며 “이제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타겟이 바뀌면서 제약사들은 같은 항암제이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의 증가가 꾸준한 것을 봤을 때 항암제는 개발 과정이 어렵지만 성공시 충분한 보상이 보장되는 분야다. 항암제 시장은 지난 2015년 1070억달러(121조원)에서 2020년에는 1500억달러(17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의약품 중에는 항암제가 다수”라며 “특히 항암제는 하나의 암종만이 아닌 다른 암에도 적응증을 넓혀갈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개발 성공에 따른 개런티가 적지 않다는 점은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미ㆍ유한ㆍ녹십자 등 대부분 항암제 파이프라인 보유=이런 매력에 따라 국내제약사들도 적극적인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뒤지지 않을 만큼 높아진 상위사들은 거의 대부분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다양한 항암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그 중 한미약품은 가장 앞선 제약사다.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중 임상 1상 이상의 항암제 라인은 7개 이른다. 지난 해 임상 참여자 중 사망자가 발생해 잠시 주춤했던 비소세포폐암 신약 ‘올리타정’은 최근 임상 3상을 재승인 받으며 임상에 재돌입했다. 호중구 감소증에 적용할 수 있는 ‘GCSF Analog’ 역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한미는 유방암, 대장암, 고형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임상 1상 또는 2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역시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YH25448’의 경우는 비소세포폐암 신약으로 3세대 표적항암제로 알려졌다.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했으며 1상이 잘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에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항암제인 ‘YH24931’의 경우는 면역항암제 후보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 환자의 면역체계를 증가시켜 암 세포와 싸울 수 있게 하는 치료제로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녹십자, 종근당,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 등 대부분의 상위제약사들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을 하기 때문에 환자군 모집, 임상 규모가 커 비용이나 시간이 적잖이 필요하다”며 “이런 개발 과정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제약사만이 가능한 측면이 있고 이에 상위사들이 주로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술력 뒷받침 없는 무분별한 개발은 실패의 지름길=하지만 항암제는 여전히 개발이 어려운 분야임에 이견이 없다. 치료제의 발전 속도 못지 않게 암세포의 진화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된다고 무턱대고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기본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유형으로 변화하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발을 진행 중이더라도 글로벌제약사 등 경쟁사들이 먼저 치료제 개발에 앞서 간다면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등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아직까지 국내사들은 자체적으로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 3상까지 마무리 하는 전 과정의 항암제 개발보다는 글로벌제약사와의 공동 개발이나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상황에서 기술수출을 하는 방식으로 컨셉을 잡고 있다.

다른 제약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신약개발 과정을 끌고 가기에는 시간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아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은 항암제 개발에 있어 국내사들은 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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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약사 항암제 개발 파이프라인 현황>

제약사 과제명 적응증 임상 현황

한미약품 GCSF Analog 호중구 감소증 임상 3상

pan-HER 유방암, 폐암 임상 2상

오락솔 유방암 임상 3상

올리타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

HM95573 고형암 임상 1상

오라테칸 대장암 임상 1상

KX2-391 고형암 임상 1상

유한양행 YH25448 비소세포폐암 임상 1상

YH24931 면역항암제 전임상

녹십자 MGAH22 유방암 등 임상 3상

GC1118A 대장암 임상 1상

종근당 CKD-516 대장암 임상 1상

CKD-581 다발골수종 임상 1상

JW중외제약 CWP291 급성골수성백혈병 임상 1상

크레아박스HCC 간암 임상 3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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