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택시 이모저모①] “취객 무서워서”…‘승차거부’ 기사들의 볼멘소리

-작년 승차거부 민원 7360건…60%는 새벽에
-다수 택시기사 “술 취한 손님 피한적 있다”
-때리고 잠들고…토하면 하루 영업 공치기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택시기사 권모(58) 씨는 최근 새벽 영업을 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손님을 목적지에 데려다주니 갑작스레 “왜 나를 납치하는거냐”며 주먹이 날아온 것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태운 손님은 불과 20여분 전만 해도 지하철 3호선 옥수역으로 가달라고 했다. 술 취한듯 보였으나 별일 있겠느냐 싶어 태운 게 화근이었다. 소동은 경찰을 부른 후에야 끝이 났다. 그 날 하루는 공친 셈이다. 권 씨는 “새벽 영업을 하면 한 달에 1~2번은 일어나는 일”이라며 “늦은 밤 취객을 보면 솔직히 승차거부를 하고 싶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귀신은 태워도 술 취한 손님은 피해라.’

취객에게 ‘한 방’ 맞아 본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도는 우스갯말이다. 택시 승차거부는 매년 사회 문제로 부각될 만큼 심각하나 택시 업계에선 “분명 잘못이나 다수 기사들은 억울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택시 승차거부는 매년 사회 문제로 지목되나 업계에선 일부 억울한 면도 있다고 토로한다. [사진=헤럴드 DB]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을 보면 승차거부는 엄연한 위반행위다. 처음 적발되면 과태료 20만원을 기사에게 부과한다. 두 번째엔 과태료 40만원과 자격정지 30일, 세 번째로 걸리면 과태료 60만원과 택시 운전자격을 박탈한다.

다만 승차거부가 인정될 때도 있다. 이 중 하나는 손님이 목적지를 말할 수 없을 만큼 만취했을 때다.

그러나 만취 기준이 모호하고 운행 도중 급돌변하는 손님도 있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서울시 운수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시기사들도 난감할 때가 많다. 취한 상태가 심각해도 말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 태워야 하는 것이다. 술 취한 손님에 얻어맞는 기사 사례가 늘상 들리는 상황에서 이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운전경력 23년째인 택시기사 신모(62) 씨는 “폭행도 심각하나 택시에서 잠들거나 토를 하면 매출 피해가 막심하다”며 “몇 번 당한 후론 낌새가 보이면 멀리서 핸들을 꺾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택시기사 이모(66) 씨는 “신고를 무릅쓰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핸들을 돌릴 때가 있다”며 “잘못된 행동은 맞지만 하루 벌어 사는 입장에서 (취객을 받는 일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13일 시에 따르면 실제 택시 승차거부 신고율은 회식과 모임 등이 끝나는 오후 10~오전 4시대가 가장 높다. 2015년 60.2%, 2016년 59.4%, 올들어 4월까지 58.9% 등 매해 절반을 훨씬 웃돈다.

달라진 음주문화 덕인 지 택시 승차거부 관련 민원은 해마다 줄고있기는 하다. 서울의 택시 불편신고 접수현황을 보면 작년 택시 승차거부에 따른 민원 건수는 모두 7360건이다. 3년 전인 2013년(1만4718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건수는 2014년 9477건, 2015년 7760건 등으로 줄고 있다. 올들어선 4개월간 모두 2134건이 접수됐다.

시도 택시 운전사들의 속내를 알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시 관계자는 “밤시간대 승차거부 신고율이 높은 건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택시기사가 받기 꺼려지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라며 “몇몇 택시기사가 승차거부와 관련해 억울한 상황에 빠질 때가 분명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대안이 마련된다면 즉각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등록 택시는 작년 말 기준 법인택시 2만2938대, 개인택시 4만9269대 등 전체 7만2207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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