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썸’타던 추억을 찾아…여행, 지금이 타이밍

서울 인접 ‘힐링촌’ 양평 두물머리엔
소설속 ‘소나기’소녀와의 추억이 새록
미천골계곡에 발담그면 무더위도 ‘덜덜’

색다른 체험하고플땐 제암산 짚라인
완도 모노레일타면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는 소녀가 윤초시네 증손녀임을 안다. 서울서 온 이 소녀는 며칠째 물장난을 하고 있다. 어느날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이 바보” 하고 돌을 던지고 달아난다. (중략) 그 조약돌을 간직한 소년과 그 소녀는 들길을 달리고 칡꽃도 따며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다. (중략) 소녀가 이사를 가기 전날 밤, 소년은 부모의 대화를 듣는데….’

“이 바보”라며 서울 소녀가 시골 소년에게 던진 한마디는 황순원의 ‘소나기’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 간다. 같이 놀자는 뜻인데 그것도 모르냐, 나 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데 그것도 모르냐, 내가 지금 얼마나 슬픈데 그것도 모르냐, 슬프지만 너를 통해 이겨 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냐, 나 니랑 오래오래 벗하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냐…. 숱한 생각을 들게 한다. 이 말은 2000만 시골 남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로망’을 안긴다. 마치 내 경험인양 착각하게 만든다.

소나기로 대표되는 황순원 문학촌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것은 소설 속 내용 때문이다. 부모의 대화를 우연히 듣는 소년. 내일 소녀 네 집이 양평읍으로 이사 가서 조그만한 가겟방을 차린다는 것이었다.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는 순간, 2000만 시골 남자들은 양평으로 달려가고 싶다. ”아마 아직 있을 거야“라고 여기며.

양평은 문학 콘텐츠를 체험하는 감정의 정화 장소요, 식물학-환경학-관광학적으로 제대로 힐링이 되는 산음자연휴양림을 갖고 있어, 신록의 계절 6월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양평, 매력덩어리
= 양평의 매력은 힐링의 산음자연휴양림과 서울 중부지방 사람들이 1~2시간만에 가서 감정을 정화할 수 있는 ’급속 힐링지‘ 두물머리이다. 신입생 첫 MT를 왔다가 서먹한 이성 급우에게 “조각배 같이 타자”고 했다가 서툰 노젓기에 옷만 적시는 ‘어설픈 썸’을 탔던 추억도 돋는 곳이다.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매력이 많은 곳이다. 오는 6월18일까지 일정으로 세미원봄빛정원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초여름 여행지로 양평 등 휴양림 숲길 체험을 정했다.

▶바닷가 편백 바다, 남해 삼동= 파독 간호사들의 귀국 정착지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20리 가량 떨어진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곳이다. 피톤치드는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 질환에 좋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정신을 맑게 해준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문항어촌체험마을 등 남해엔 예쁜 곳이 많다.

▶자연산 수간모옥, 양양 미천골=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정극인의 ‘상춘곡’에서 노래했던 수간모옥(數間茅屋)을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면 ‘흣튼 헤음(속세의 걱정)’ 아니하게 된다. 양양 바다 가는 길엔 수륙양용자동차 타고 스릴을 즐기는 해담마을, 기계떡이 아닌 전통방식으로 만든 떡을 맛보는 송천떡마을, 남대천연어생태공원이 있다.

▶힐링과 모험이 공존 보성 제암산= 제암산엔 자연 힐링과 인공 모험이 공존한다. 더늠길은 새소리 물소리 들리는 산이지만 장애인 노약자도 가는 무장애 데크길이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 속 체험 시설이다. 봇재에서 차 한잔 마신뒤, 득량역 추억의 거리에서 7080 시간여행을 떠난다. 최근에 문을 연 비봉공룡공원과 홍암나철기념관도 궁금해진다.

▶한용운의 홍성 용봉산= 해발 381m로 야트막한 용봉산은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체험엔 숲해설가가 동행한다.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산림휴양관과 숲속의집을 둘러싼 숲길이 좋다. ‘지리한 장마끝에 검은 구름의 터진틈으로 보이는 푸른하늘….’ 한용운 선생 생가터도 홍성에 있다. 홍주읍성,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천수만 속동전망대, 일몰이 아름다운 궁리포구도 매력적이다.

▶한국에 난대림이? 완도수목원= 한국을 온대지방이라고 배웠는데, 완도수목원엔 난대림이 가득하다. 사시사철 녹음을 자랑하는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와 희귀한 완도호랑가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완도의 상징인 완도타워에는 최근 모노레일이 개통했다. 사방이 유리인 48인승 대형 모노레일에선 완도읍내와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섬이다. 약 1200년 전 동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던 위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올해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개통하면 남해안 서편의 비경들이 국민 눈앞에 펼쳐진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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