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변인’…보폭 넓히는 박용만

상의 박용만 회장 가교역할 자처
13일 오후 정당 수장들 잇단 면담
국회 첫 면담도 ‘국회 역학’ 고려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선정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사진>이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당 수장들을 잇따라 만나며 재계 입장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다른 재계 단체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행보다. 다만 상의 측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상적인 행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3일 오후 박 회장은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각 정당 수장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틀째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재계 현안에 대한 협조와 이해를 구했다. 전날에도 국민의당 박주선 신임비상대책위원장 겸 국회 부의장을 만난 바 있다.


이날 박 회장의 국회 방문은 지난 7일께 박 회장이 직접 지시해 성사된 사안으로 알려진다. 이후 각 정당측과 상의는 일정을 조율했고 국민의당부터 차례대로 원내 4당을 모두 만나는 일정이 확정됐다. 지난 7일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재계측 대표로 박 회장을 만난 당일이기도 했다.

박 회장의 국회 방문엔 대외협력팀장 정도만 수행원으로 대동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국회를 방문하는 목적은 향후 재계 입장을 전달하는 소통 창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크다. 구체적인 현안 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되, 재계가 가진 고민을 일정부분 전달하는 것이 이날 국회 방문의 계획이다. 상의 측은 “지난해에도 국회를 방문해 재계의 제언을 전달했었다. 대선 과정에선 후보들 초청도 있었다. 일상적인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상의 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의 국회 방문에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높아진 위상이다. 상의는 문재인 정부와 재계가 만난 첫 단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후 첫 방문지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낙점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하에선 상의가 선택됐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국회 방문 일정을 조율하라 지시한 날도 국정기획위와의 만남이 있었던 당일이다.

국민의당을 단독으로 처음 만났다는 점도 의미있다. 국회 ‘역학관계’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40석 의석으로 국회 내에서 캐스팅보트 를 쥐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외화내빈’이라 표현하는 등 집권여당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사이 ‘틈새’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법안 통과 등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현재 국회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기업 경영권에 제약을 가하는 상법개정안이 다수 상정돼 있는 상태다.

여타 재계 단체들이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상황이란 점도 박 회장의 국회 방문 행보가 이목을 끄는 이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은 재계 대표성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최근 일자리 문제로 청와대와 각을 세운 뒤 입지가 위축됐다. 이에 비해 상의는 이달 말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때에도 초청됐다. 소통창구 또는 정부와 재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재계 단체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상의 측은 박 회장의 행보에 여러 해석이 따라 붙는 것을 경계한다. 상의 측 관계자는 “정부가 그리는 일자리와 노동시간 문제 등 큰 그림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해관계의 한 축인 재계측 설명도 충분히 하려고 준비하는 상황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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