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연상’ 연극에 후원 취소 사태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반발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내용의 연극을 제작한 극단에 대해 일부 기업이 후원을 취소하고 나섰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델타항공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공연 중인 연극 ‘줄리어스 시저’의 후원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이 연극이 “선을 넘었다”며, “무대 장면이 델타의 가치를 담고 있지 않고 좋은 취향의 기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연극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주인공 줄리어스 시저가 무대 위에서 암살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진=연극 ‘줄리어스 시저’의 한 장면]

연극을 연출한 퍼블릭 극단을 11년간 지원해온 BOA도 후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연극의 주인공이 트럼프 대통령을 닮았고, 대통령이 여성과 소수파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이 보도를 리트윗(공유)하며 “이 ‘예술’이 얼마나 많은 세금 지원을 받는지 궁금하다. 예술은 언제 정치적 발언과 행동으로 이어지는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줄리어스 시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원작이다. 주인공 시저는 길고 덥수룩한 금발에 검정 정장, 벨트까지 내려오는 긴 넥타이를 하고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시저의 부인 칼푸르니아 역시 슬로베니아 출신인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처럼 슬라브어 억양을 쓴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뉴욕시 감사원장 스콧 스트링어는 델타와 BOA에 서한을 보내 후원 중단이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작품이 ‘어느 시대든 사랑받는 고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를 초월한 문학 작품의 표현을 제한하는 결정은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며 “그저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런스 매슬론 뉴욕대 교수는 “50년간 가장 도발적이고 정치적인 작품을 해왔고, 그게 바로 이 극단이 ‘퍼블릭’이라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극단 측도 “우리 작품은 폭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항변하면서,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면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라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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