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發 금융폭풍 몰려오나…이주열-김동연 회동 분수령

소득성장에 금리인상은 상극
가계빚 해법 인식차 줄일수도
상호존중 속 정책협조 기대감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오랜만에 대한민국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에 난리가 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를 앞둔 1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첫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서다. 13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 총재가 만난다. 기준 금리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만남 결과에따라 금융시장은 또한번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 총재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투기대책과 가계부채 문제를 논의했다. 이 총재와의 만남에서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유력하다.

김 부총리의 임무가 ‘소득주도 성장’인 만큼, 이 총재에게 ‘소득증대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이 유력하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이런 정부의 정책과는 ‘상극’이다.

전일 이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은 수출호조,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과열, 미국발 금리인상 등 4가지 이유다. 그런데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김 부총리의 요청을 미리 예상한 ‘선수(先手)’로의 의도도 읽힌다. 이 총재는 최근 경기부양은 정부 정책의 몫이며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한은을 상대로 금리인하를 강하게 압박했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가 한은으로 이 총재를 방문하는 형식이다. 금통위원 비공식 접견 후 오찬까지 이어진다. 그동안에는 티타임을 하는게 전부였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나눌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멘토인 박승 전 한은총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의 부채 비율이 2007년 각각 133%, 157%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채축소와 경기회복이 동반되면서 2016년 말 기준으로 각각 104%, 141.9%로 감소했다”면서 “반면 우리 나라는 2007년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가 117.6%에서 2016년 말 기준으로 153.4%로 35.8%포인트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의 감소인데, 아직 우리 경제는 이를 견딜만한 체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한편 한은의 독립성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이 적어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이날 만남을 통해 사실상 극도로 낮아질 수도 있다.

이 총재의 선배이자 한은 내에서도 존경 받는 박승 전 총재는 “중앙은행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수지, 고용, 성장 등 민생문제까지 포괄하는 정책 목표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전일 깜짝 놀랐던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진정하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국고채 5년, 10년물은 강보합을 보이고 있지만, 20년물과 30년물은 약보합을 보이며 혼조세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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