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국서 수만명 反부패 시위

푸틴 정적 나발니도 체포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규탄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져 상당수의 시민이 체포됐다.

타스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러시아의 날’)인 이날 시위는 수도 모스크바, 북서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불법 시위 혐의로 다수의 참가자를 체포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시내 전역에서 50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그 중 15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35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500명이 체포됐다고 러시아 내무부는 밝혔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는 모스크바에서 825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900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명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반부패 시위를 이끄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0)는 집회·시위법 위반과 경찰 지시 불이행 혐의로 또 감옥에 가게 됐다.

모스크바법원은 집회·시위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혐의로 나발니에게 구류 30일을 선고했다.

나발니의 부인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시위 참가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나오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시위 전날 저녁 인터넷을 통해 시위 장소를 러시아 당국이 방해 공작을 펼친 사하로프 대로가 아닌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옮길 것을 호소하는 등 시위를 직간접적으로 이끌었다.

또 시위 전 ”나는 변화를 원하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싶다“며 ”나는 우리의 세금의 (부패 정치인의) 요트나 궁전, 포도원보다는 도로나 학교, 병원을 정비하는 데 쓰였으면 한다“는 글을 올려 시위 참가를 독려했다.

이번 시위는 나발니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촉발된 지난 3월 말 전국적 시위에 이은 것이다.

당시 시위는 러시아 80여 개 도시에서 벌어졌으며 모스크바에서만 1만명 이상이 참가, 1000명 이상이 연행됐다.

나발니도 경찰 체포에 불응하고,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구류 15일과 벌금형을 받았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출마와 당선이 확실시되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되고 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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