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모습이 관객에 대한 보답이죠”

영화 ‘대립군’서 수장 토우役
어린 광해 지키며 왜군과 맞서
전쟁 속 두려움·카리스마 연기
“열심히 하면 없던 재능도 생겨”

이정재(45)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멋있어지는 배우다. 묵직한 연기가 더욱 잘 어울린다. 스스로도 연기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안해본 것을 도전해보는 재미가 있다. 그 캐릭터 안에 어떤 모습이 숨어있을까 하고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밌다”고 했다.

이정재가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 시절 대립군의 수장 토우를 맡았다. ‘대립군’(代立軍)이란 있는 자들의 군역을 대신 치르는 사람이다. 그는 광해군의 분조 행렬을 따라다니며 광해(여진구)를 지킨다.

“거칠고 강인한 인물이라, 힘들 거라고 했는데 그런대로 해냈다고 자평하고 싶다. 조선 중기 국경지대에 여진족이 침범해 백성이 약탈당하다 보니 남부지방 사람들을 강제이주시켜 국경을 지키게 했다. 토우도 그런 것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배우 이정재가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 시절 대립군의 수장 토우를 맡았다.

토우는 산발한 머리와 생존을 위한 근육으로 잘 단련돼 있다. 목소리는 우렁차다. 토우의 외모는 매우 중요했다. 비주얼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그런 느낌을 전해야 했다.

“토우는 광해에게 큰 형이자 삼촌이며, 버림 받았던 왕에게 못느낀 부성애 등 많은 영향을 끼친다. 광해는 도망가는 와중에도 책을 읽는다. 물을 무서워하는 광해에게 토우가 깨달음을 주기 위해 말과 행동으로 교육시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정재는 “토우는 타지 사람이라 취직도 안된다.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대립군까지 가게됐다. 토우는 그 무리중 더욱 가난한 인물들이라 가난하기 때문에 나오는 감정들이 잘 느껴지게 했다”면서 “토우가 한 리더(나랏님)가 잘못해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한다고 했을때 아들인 광해가 많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토우는 애국이라기 보다,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왜군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왜에 맞서보겠다는 것이다”면서 “고민을 많이 안하게 생긴 사람이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전쟁에서 다 물리칠 것 같은 모습이지만, 눈에서는 겁이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신세계’에서는 미니멀, ‘관상’은 표출. 이번 캐릭터(토우)는 고민 가득한 카리스마였다”면서 “두려워하는 표정을 잘 전달하려고 했다. 성벽에서 왜군과 전투를 벌이며, 토우가 밤에 극치의 두려움을 느끼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립군’은 재밌게 연기했다. 글로 본 조선 사람인데도 지금과 비슷해서인지 속속 이해됐다. 자연스럽게 리더는 백성이 만든다는 게 전해진다.”

이정재는 “소원이 뭐냐”고 묻자 “연기를 좀 더 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르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전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연기를 계속 쓰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정재는 정우성과 함께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들어 하정우, 고아라 등을 영입했다. 그는 “연기 매니지먼트 회사는 수익 좋은 사업이 아니다”면서 “연기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답을 내보자는게 취지다. 그래서 경영보다 일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촬영하지 않는 배우들은 거의 매일 소속사로 출근한다. 그리고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해 대화하고, 출연작 결정에 대해서도 코치한다. 그래서 회사가 동아리나 스터디 그룹 같고, 함께 하는 소풍 같다.”

이정재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보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에 배어있어야 연기 철학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도 마음가짐은 같았지만 방법을 몰랐다.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하는지, 뭘 준비해야하는지를 몰랐다.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야 팀도 제대로 돌아가더라. 재능은 열심히 하다보면 없던 재능도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