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서 만난 박근혜ㆍ유진룡…‘나쁜사람’ 노태강 좌천 경위 증언

-특검ㆍ검찰, 유 전 장관에 좌천성 인사 지시받은 경위 추궁할 계획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진룡(61) 전 장관이 박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3일 오후 진행되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 17회 공판에 유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문체부2차관)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해 좌천시키라 지시한 경위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했던 문체부 실ㆍ국장을 경질하라는 지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받은 인물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문체부는 지난 2013년 4월 승마계 비리 척결을 목표로 대한승마협회 감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딸 정유라(21) 씨가 한국마사회컵 전국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데 불만을 품은 최 씨가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감사를 맡았던 노 전 국장과 진재수 과장 등은 ‘승마협회의 주된 문제점이 파벌 싸움이며 최 씨 측과 반대 쪽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을 불러 “노 국장, 진 과장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채근하자 노 전 국장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진 과장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이동시켰다.

특검팀과 검찰은 유 전 장관에게 문체부 좌천성 인사를 지시받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을 계획이다.

앞서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문체부 공무원 좌천 인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지난 1월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이 수첩을 들여다보더니 두 사람 이름을 정확하게 거론하면서 나쁜사람이라 지적했다”며 “부정확한 정보로 지시하는 것은 무리니 장관에게 맡겨달라고 제안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역정을 내며 인사조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열린 김 전 실장등의 첫 공판에서는 지난 2014년 7월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떠올리며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말씀드렸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전혀 놀라거나 흔들린 기색이 없어 (이같은 사실을) 다 알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이 박 전 대통령의 남다른 승마 관심에 대해 증언할지도 관심거리다. 유 전 장관의 부하직원이었던 노 전 국장은 지난 4월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겨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피고인석에서 증인신문을 지켜본다. 그는 지난 9차례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법정에서 진술을 삼갈 것으로 점쳐진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박 전 감독은 삼성의 승마캠프 준비단장으로 지난 2015년 10월 독일에 파견됐다. 그는 지난달 12일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최 씨의 방해로 지원이 정 씨에게만 집중됐고 독일에서 허송세월을 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과 검찰은 박 전 감독에게 삼성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이 사실상 정 씨 1인 지원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방침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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