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 부동산 정책이 경제성장 동력이 되려면

한국 경제는 성장추세 둔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대략 2% 후반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단기적인 경기 순환성이나 경기부양 정책에 의한 효과를 제외한 성장추세다.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생산성 수준과 관계가 깊다.경제학계에서는 국가단위의 생산성을 조망할 때 주로 기술발전이나 인적자본 양성과 같은 거시적 요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동산의 효율적 관리ㆍ개발 또한 생산성 혁신에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은 가계의 주거환경이나 자산 획득 수단일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집적되는 통로다.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에는 외부효과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행위의 대부분은 물리적 교환이나 교류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때 당사자들이 직접 주고받는 지식ㆍ재화ㆍ화폐 이외에도 다양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같은 비용은 일반적으로 행위주체의 지리적 입지에서 멀어질수록 상승한다. 회사원이 점심을 먹기 위해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의 식당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경제주체의 입지 선정은 항상 다른 경제주체들의 입지와 외부효과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 입주민의 생활 소비가 그 단지의 주변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상권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입주민들에게는 단지 주변에 다양한 상권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 그곳으로 입주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은 서로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경제주체 간의 집적 현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경제인구의 효율적인 집적은 그 자체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1970년~1980년대의 한국이나 현재의 중국 등에서 엄청난 속도의 도시인구 유입현상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집적 현상은 생산성 혁신의 발현ㆍ축적ㆍ전파의 토대가 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거창한 사례 뿐 아니라, 장충동 족발거리나 고시촌에 이르기까지 지리적 집적현상이 얼마나 촘촘한 형태로 생산성 혁신에 관여하는 지 알 수 있다.

홍대입구나 명동 등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적 소비가 나타나고 전파되는 과정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활동의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사업은 재정적 손해뿐만 아니라 향후 생산성 시너지의 발생 가능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프라의 경제적 효과가 그 인프라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 정책ㆍ규제ㆍ개발 사업은 반드시 경제주체들 사이의 시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크고 작은 관련 정책사업들이 정치적ㆍ지역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에 덜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획일적인 규제 강화나 개발기조의 제시보다는 보다 정교한 사안별ㆍ입지별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행되어야 한다.

입지의 특성 및 가능성을 잘 고려한 정책은 무분별한 개발이나, 혁신성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결정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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