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통치 스타일, 형식은 파괴ㆍ내용은 강경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고저를 넘나든다. 형식적으론 파격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지만, 인사나 개혁과제를 추진할 땐 여지없이 강경하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 파동 등에서 보듯 강한 의지만으론 여소야대란 현실을 돌파할 수 없고, 협치는 요원하다. 야권을 외면할 수 없는, 외면해선 안 될 현실 속에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과제에 직면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연정’은 최대 화두였다. 핵심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이끌어내는가였다. 적폐청산 기조와 협치는 양립하기 힘들다는 논쟁이 뜨거웠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자유한국당은 전면 보이콧에 나설 기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취임 후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예단하듯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청와대에 직접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빨리 여야 지도부를 만났고, 오찬 장소 역시 외부행사에서 거의 사용한 적 없던 청와대 상춘재였다. 직접 문 대통령이 지도부를 영접하는 파격도 보였다.

취임 첫날에도 국회 당사를 방문,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 순으로 야권 대표를 직접 만났다. 문 대통령은 “국정동반자의 자세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사상 처음으로 추경 시정연설을 했고, 역대 가장 빠른 시기에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취임 후 지속적으로 협치 의지를 내비친 문 대통령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사난맥이 빌미가 됐다. 야권에선 형식적으론 협치를 외치지만 내용 상으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라고 반발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14일 “말은 협치라 하고 행동은 마음대로 하는 ‘위장협치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 위원장은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과 관련된 여론은 찬성이 우세하다. 하지만 야권 입장에선 높은 여론 지지율에 기대 임명을 강행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유한국당은 물론 야권 전체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급 과제로 삼은 일자리 추경도 야권에선 쉽사리 협조하지 않을 기세다. 그 어떤 정부보다 협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여느 정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협치가 요원해지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대선 이후 당 존립 위기까지 직면한 야권이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적어도 21대 국회 전까진 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야권의 반발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키는 결국 청와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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