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②]감금ㆍ폭언ㆍ폭행…늘어나는 ‘요양원 학대’

-급증하는 요양원…학대도 5년만에 2배 증가
-허술한 시설 관리…CCTV없어 적발 어려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노인요양원 원장 남편을 둔 A(43) 씨는 지난해 6월 아흔살의 치매 노인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누르는 등 3차례에 걸쳐 폭행을 저질렀다. 치매 노인이 식사 중 물을 내뿜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요양급여를 허위로 타낸 혐의도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1월 결국 A 씨는 치매 노인을 폭행하고 허위 요양급여를 탄 혐의로 징역 10개월 선고 받았다.

#2. 강원도 춘천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B(64) 씨와 요양보호사 C(55) 씨는 요양원 입소 노인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013년 12월부터 약 두달간 치매 노인 2명을 휠체어에 앉힌 채 수시로 손목을 테이프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노인들을 목욕시키는 동안 공동세면장 출입문을 열어둬 노인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다. 이들은 결국 철장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노인요양원 등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기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인 학대는 3820여건으로 10년 사이 67.9%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노인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2010년 210여건에서 5년새 400여건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요양시설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당시 1700여곳에 불과했던 요양시설은 올해 들어 5000여곳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요양시설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관리ㆍ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유관 부처와 합동으로 장기요양기관 681개를 임의 점검한 결과 약 75%가 급여비용 부당청구 행위, 식품위생 불량 등 1000여건 이상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2015년 입소시설 내 노인 학대도 연간 270건에 달했다. 학대유형으로는 의식주 불량 등 방임이 34.6%로 가장 많았고 비난ㆍ폭언 등 정서적 학대(25.3%)와 신체적 학대(24.6%)가 그 뒤를 이었다. 성적 학대(12.1%)와 금전 갈취 등의 경제적 학대(3.5%)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1월 요양원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장기요양기관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운영이 부실하거나 평가를 거부하는 기관은 지정을 취소해 퇴출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시설 내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설 내 학대는 종사자나 보호자가 신고를 해야 드러날 수 있어 학대 사실을 발견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노인학대가 신고되더라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요양원 내에는 CCTV를 설치할 의무가 없어 복도나 공동장소에만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집과 같이 노인 요양시설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린이집의 경우 지난 2015년 1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후 9월부터 전국 어린이집 4만2000여 곳에 CCTV 설치를 의무화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이를 입증할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CCTV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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