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테러 변천사]80년~90년대는 이데올로기 때문 2000년 들어서는‘개인목적’으로

지난 13일 오전 연세대 공학관에서 사제 텀블러 폭탄이 터져 기계공학과 교수가 부상을 입었다. 같은 과 대학원생 김모(25) 씨가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개인 원한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중이다.

국내에서 발생했던 유사 테러 사건을 살펴보면 과거 이데올로기에 기반했던 것에서 최근에는 개인적 성향과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변화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경찰의 대테러 관련 법ㆍ조직ㆍ임무 재정비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한 유사 테러 사건은 1990년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1990년 이전에는 주로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 혹은 반미ㆍ사회주의 성향의 이데올로기적 특징이 나타난다.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5일 앞둔 1986년 9월 김포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의문의 폭발물이 폭발해 5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아시안게임을 방해하려는 북한의 테러로 추정됐다.

198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이 인도양 상공에서 폭발한 ‘KAL기 폭파사건’ 역시 서울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려는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분류된다.

이에 앞서 1982년 3월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부산 소재 미국 문화원을 방화해 재학생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1983년 9월 대구에 소재한 미국 문화원에 폭탄을 투척해 경찰관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구 미국문화원 폭발사건’ 은 반미ㆍ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인한 테러였다. 하지만 90년대 초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고 냉전 체체가 해소되면서 이데올로기에 의한 테러 경향보단 개인적 성향에 의한 사건이 늘어났다.

2003년 2월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방화범 김대한 씨는 택시운전사 등으로 근무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이후 뇌졸중으로 인한 울분을 방화로 분출한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2월 서울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전소된 ‘숭례문 방화’ 사건 역시 개인적 동기로 인한 유사 테러 사건으로 분류된다. 경찰에 붙잡힌 방화범 채종기는 자신 소유 토지 보상문제에 불만을 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고서를 통해 “불만표출 등 개인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통적인 특징은 극단적 성향을 가진 개인의 목적달성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개인적인 목적에 의한 테러는 외로운 늑대(Lone Wolf)와 같은 자생적 테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상 정치적 이념 등에 따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테러의 개념이 애매모호해졌다”며 “(이번 연세대의 경우처럼)사립대학 교수 연구실이면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적 명분을 걸고 하는 테러와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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