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내통說은 끔찍한 거짓말”…세션스의 오리발에 민주‘분통’

폭탄 발언 예상깨고 모르쇠 일관
밝혀진 사실에도 “기억 안난다’
민주당 “의사진행 방해” 맹비난
뮬러 특검에 대해선 신뢰 표시

미국 정계를 집어삼킨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받은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이 관련 의혹에 대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짓말”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청문회 내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는 식의 ‘모르쇠’ 답변이 이어지자, 야당인 민주당은 “의사진행 방해”라며 맹비난했다.

“기억 안난다” 의혹 전면 부인=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 관료들과 어떤 형태의 (대선) 개입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관련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때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탓에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 이어 두 번째 폭탄 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은 어긋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트럼프 대선캠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과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는지 2가지 핵심 논란의 ‘스타 플레이어’인 세션스 장관이 이날 대부분 연루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오늘 확실하게 알게된 건 세션스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CNN은 세션스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면서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발끈했다”고 전했다.

세션스 장관은 이날 대부분 질문들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 식의 모르쇠 답변과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추측성 답변을 쏟아냈다.

그는 이미 사실로 밝혀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당초 알려진 2회 만남보다 1번 더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마 우연히 만났을 수도 있다”면서 키슬랴크 대사와의 어떤 만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러시아와 내통 의혹들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짓말”이라고 강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트럼프-코미 독대는 확인 “법적 문제는 안돼”=세션스 장관은 다만 지난주 코미 전 국장의 일부 증언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우선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자신을 포함한 참모들을 내보내고 코미 전 국장만 남긴 뒤 독대가 이뤄졌다는 코미의 증언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기억하기론 나는 자리를 떠났다”며 “그들이 마주 앉아 대화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독대가 부적절했던건 아니라며 “그 자체론 문제가 없다”고 법적 해석을 내렸다.

세션스 장관은 또 두 사람의 독대 다음날 코미 전 국장이 그를 찾아와 걱정을 털어놨다는 증언도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코미는 대통령과 독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고, 그가 나에게 말했던 것에 대한 기억(증언)은 나의 기억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코미와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한 데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세션스 장관은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라고 건의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에 앞서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FBI가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모든 연방 기관들을 감독하는 건 나의 책임이며 최적의 인물을 쓰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션스 장관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해 “오랫동안 그를 알아왔다”며 “그에게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뮬러 특검의 해임설에 대해 “그런 보도에 대해 잘 모른다”며 “가상적인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 “의사진행 방해” 분노…세션스 자기모순 발언도=세션스 장관이 지난해 미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 의혹과 관련된 주요 질문들에 대해 시종일관 “모른다”고 답변을 회피하자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분노했다. CNN은 이날 청문회가 감정적으로 매우 격앙되고 전투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 론 와이든(오리건) 상원의원은 세션스 장관에게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 해임과 러시아 스캔들의 조사를 막기 위한 “의사진행 방해(stonewalling)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세션스 장관이 “와이든 의원, 이건 의사진행 방해가 아니라 법무부의 전통적인 규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받아치며 갈등이 고조됐다.

마틴 하인리치 (뉴멕시코) 의원은 “당신은 의회 선서에서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맹세하고 진실만 제외하고 말하고 있다”며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이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션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유지 특권’을 염두에 두고 증언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당신의 증언을 막기 위해 특권을 발동했는가”라고 물었고, 세션스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최대한 대통령의 기밀유지 특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법무부의 정책을 거론하며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WP는 이날 세션스의 답변이 네, 아니오 식의 흑백논리로 가득 차 있다며 수차례 자기모순 성격의 발언이 쏟아져 답변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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