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Data] 월드컵 ‘졸전의 역사’ 쓴 슈틸리케…숱한 위기 끝에 결국 경질되나

1993년 도하의 기적이 2017년 도하의 참극으로 돌변했다.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하위 카타르와의 어웨이 경기가 열린 도하는 한국 대표팀에게 더 이상 행운의 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울리슈틸리케 감독 체제 이후 곪은 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2-3 패배 과정에서 대표팀이 보인 팀 분위기와 플레이는 마치 1996년 아시안컵에서 이란에게 당한 2-6 참패 때를 연상케 한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바로 ‘감독의 지휘방식에 저항하는 선수들의 태업’ 같은 것이었다.


공격 작업을 만들다 패스 미스가 발생해 역공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짜임새 없는 움직임 속에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크로스를 남발했다. 이 팀엔 전략이 없어 보였다.

슈틸리케는 소리만 질러댔고, 교체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갈 준비를 할 때 설명해주는 것은 감독이 아닌 코치였다. 분명히 감독과 선수는 따로 놀았다.

전략의 부재, 훈련방식의 문제, 상대팀 맞춤형 히든카드의 준비 등 기술적인 문제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나 지침의 실행의지가 강하지 않았다. 팀내 의견조율이 안된 느낌이었다.

원인은 슈틸리케가 제공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1일 이란과의 어웨이경기에서 진 뒤 “스트라이커가 없어 졌다. 슈팅도, 드리블도, 패스도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이 1차 목표인데 오늘처럼 경기한다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라며 패배의 모든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말 중에는 부진의 원인이 한국 축구의 뿌리 깊은 숙명인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3월엔 중국 원정 경기 사상 첫 패배를 당해 다시 경질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카타르전을 치르기 위해 도하에 입성한 직후인 지난 11일에도 슈틸리케는 ‘선수 탓’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라크전 분석을 통해 카타르전을 대비해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좀 더 과감한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고 했다. 지난 8일 치른 ‘유효슈팅 제로(0)’ 이라크전 분석 이라는 감독 업무 조차 선수들에게 지웠다

슈틸리케의 ‘불통’에 대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고민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충고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는 기량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남 탓 하며 팀의 붕괴를 자초한 리더는 탄핵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를 기록하며 자칫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분위기로선 슈틸리케 파면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다만 최종예전 종료때까지 새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없다는게 변수이다. 축구협회의 결단이 남았다. 없느니만 못한 감독으로 여기고 대행체제로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인지 여부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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