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마음을 처벌하는 법’ 날치기통과

중대범죄 계획만으로도 처벌
전국서 대규모 반대시위 촉발

‘마음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테러대책법안(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이 일본 국회에서 강행 처리됐다.

야당과 시민들은 ‘중대범죄’를 사전에 계획만 해도 처벌하도록 하는 이 법안이 일본을 감시사회로 만들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 큰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테러대책법안을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과 우익 성향 일본유신회의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당초 18일까지인 이번 정기국회 회기를 연장하려한다는 계획을 내비쳤지만, 전날부터 기습적으로 법 통과를 시도했다.

회기 연장으로 아베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는 것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법무위원회의 표결을 생략하기 위해 ‘중간보고’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중간보고는 법무위원회 같은 상임위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서 안건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테러대책법안은 테러를 공모만 해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명 ‘공모죄 법안’으로도 불린다. 조직적 범죄집단이 테러 등의 중대범죄를 사전에 계획만 해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테러를 막겠다는 목적이 강조됐지만 실상은 ‘중대범죄’가 277개나 되는 등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데다, 범죄를 계획했다는 이유만로 처벌할 수 있게 해 자의적인 법 해석이 가능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2명 이상이 범죄를 계획하고 그 가운데 적어도 1명이 자금 조달 및 범행연습 등 준비 행동을 할 경우엔 범행 계획에 가담한 사람 모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법안과 관련해 조셉 카나타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아베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테러대책법안은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진당, 공산당, 자유당, 사민당 등 야당들은 전날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저지에 나섰지만 15일 새벽 부결됐다. 14일 밤 국회 앞에서는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정안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후쿠오카, 가고시마, 니가타 등 전국에서 개최됐다.

민진당의 렌호 대표는 “중간보고는 폭거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아베 내각에 공모죄의 집행을 위임하면 어떻게 운영될 지 불안함이 증폭된다”고 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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