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SK에 뇌물요구’혐의 본격 심리 시작….부정청탁 입증이 관건

-증인으로 이형희 대표, 김영태 부회장 출석
-崔 회장 구치소 녹취록 ‘은어’ 밝혀질까 주목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법원이 본격 심리하기 시작했다. 매주 목ㆍ금요일 SK 고위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요구받은 당시 상황을 증언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의 18회 공판을 열고 ‘SK그룹 뇌물 요구’ 혐의를 심리했다. 첫 증인으로 이형희(55) SK브로드밴드 대표가 법정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그룹 대관 업무를 총괄하던 인물로 안종범(58)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지원 자료를 건네받아 그룹에 전달하는 ‘핫라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재판부는 오후 김영태(62) SK그룹 부회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한다. 김 부회장은 K스포츠재단 측과 자금 지원을 협의하도록 지시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5년 500억 대 횡령 혐의로 수감된 최태원(57) SK 회장을 만나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왕회장’은 박 전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대가를 뜻한다고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이 법정에서 이같은 은어의 실제 의미를 밝힐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면세점 사업 재승인과 최재원 그룹 부회장의 가석방 등을 바라던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금 등 89억 원을 뇌물로 요구한 혐의(제3자뇌물수수ㆍ요구)를 받고 있다. 재단과 SK측은 89억원 대신 1년에 10억원 씩 총 3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재단 측 거절로 협상이 결렬됐다. 검찰은 SK그룹이 돈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해 최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제3자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SK그룹 관계자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간 점이 증명돼야 한다. 또 SK측이 대가를 바라고 금품 제공을 협의한 점, 박 전 대통령이 SK측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직위에 있는 점도 입증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을 단독 면담하면서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을 권유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 부회장의 조기 석방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면세점 사업 재승인 등을 도와달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변호인단은 지난달 23일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CJ헬로비전 합병을 부정적으로 지시했고, SK가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가석방 주체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인 심사위원회로 박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면서 “청탁을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16일에는 김창근(67)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박영춘 수펙스추구 협의회 CR팀장(전무)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최 회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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