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바뀔지도 모르는데…” 진학지도 올스톱…중3 교실 대혼란

-수능 절대평가ㆍ특목고 폐지 등 가능성
-늦어지는 인사에 입시관련 정책 ‘제자리’
-‘공교육 강화’ 金 후보자, 사교육계 술렁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문재인 정부의 첫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진보ㆍ개혁’성향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김상곤(68) 전 경기도교육감이 지명되며 교육정책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것과 동시에 고교학점제,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 등을 교육현장에 조기 적용하는 것을 두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중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진학상담 올스톱”…불확실한 입시정책에 불안한 중3=“지난 2년간 외고에 진학하려 준비중이었는데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많이 혼란스럽네요. 원서 접수까지 5개월도 안남은 상황에 몇년간 준비해 온 것을 그만두려니 저도 그렇지만 주변 친구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어요.”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서울 노원구 한 중학교 3학년생인 김모(15) 군은 급변할 지 모르는 입시 정책으로 인해 혼란스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대선 기간 장기적인 공약 사항 정도로만 느껴졌던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에 대한 일반고 전환 정책이 짧은 시간 내에 현실화될 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오다보니 김 군은 자신의 진로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혼란은 학생뿐만 아니라 진학을 돕고 있는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인천 한 중학교에서 중3 담임을 맡고 있는 이모(47) 씨는 많은 학생들과의 진학상담 시 “잠시 두고보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새 정부의 입시 정책에 따라 중3 학생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 섣불리 조언을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대선 공약과 함께 현 중3 학생들이 치르게될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약속을 한 바 있다.

교육계에선 수능의 절대평가로 정시의 비중이 축소되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고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있어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반고로 전환까지 될 경우 ‘특목고’란 메리트가 사라지다보니 진학을 준비중인 학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정책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할 부처 수장인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이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국회 인사청문회마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학생들의 대폭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수능 절대평가 정책에 대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갈 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서울 한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 박모(50) 씨는 “진보ㆍ개혁 성향으로 알려진데다 이번 정부의 각종 교육개혁 정책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가 교육부총리에 지명되며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수능 및 고교내신 절대평가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예상만으로 진학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상황이란 딜레마 때문에 교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3 학생들의 대학가는 길 역시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만기 중앙유웨이 평가이사는 “고교 내신을 사실상의 절대평가인 고교학점제나 고교 성취평가제를 실시하며 동시에 대입 논술 전형을 폐지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자격고사화 한다면 대학들로서는 당장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본고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金 후보자 지명에 교육 정책 대변화 가능성↑…학원가도 지각변동=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각종 교육개혁 정책의 총괄 입안자로 알려진 김 후보자의 내정은 학원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서울시내 ‘사교육 1번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 주변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의 내정에 따라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되는 수능 절대평가 및 자격고사화 정책은 재수생들에겐 치명타가 될 것이며, 그 결과 재수학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13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A 원장은 “수능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시의 경우 재수생들이 많이 도전하고 있는데,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재수생의 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바뀌어 재수학원들도 속속 문 닫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하기는 다른 유명 학원가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수능 전문 학원을 운영하는 B 씨는 “수능 점수 관리를 위주로 운영하던 학원들을 비롯해 외고 입시 관리를 해주던 곳의 경우 벌써부터 생존을 위해 방향 전환을 고려하는 곳이 많다”며 “특히, 수능 점수의 비중이 큰 재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수학원의 경우 많은 수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 정부에서 수능 점수를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와 논술평가의 비중을 확실히 줄이겠다고 반복해 이야기한 만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학원가에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의 핵심 내용을 집중 관리해주는 컨설팅 학원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A 씨는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인해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각종 교육 및 입시 정책이 조기에 현실화될 것은 불보듯 뻔해졌다는 것이 주변 학원업계의 예상”이라며 “과거 수능 등급만 알려주던 시기 논술학원 시장이 거대해졌던 것처럼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는 예상과는 달리 컨설팅학원이란 형태의 사교육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유명 학원가는 물론 학군으로도 유명한 기존 학원가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입시전문기관 관계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이유 중엔 일명 ‘좋은 학군’에 살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면학분위기 및 해당 지역 유명 사립고 등의 진학지도 시스템 등도 한 몫을 하고 있다”며 “주거 지역에 상관없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해 이 같은 혜택을 누리려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앞다퉈 ‘좋은 학군’에 위치한 아파트 등으로 전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져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