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유ㆍ석유화학에 부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

-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현장 르포
- ICT 기술 융합해 ‘스마트 플랜트’로 진화

[헤럴드경제(울산)=배두헌 기자] “4차 산업혁명에서 한 발 뒤처지면 그걸 따라잡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아주 조그만 기술 차이 하나가 기업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산업 전체 판도까지 뒤흔들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 플랜트’ 진화를 천명한 SK이노베이션의 공정국 릴라이어빌리티(Reliability, 신뢰도 담당) 실장의 얘기다. 산업계 어디를 가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SK는 이처럼 ‘한 번 뒤처지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룹 내 맏형인 SK이노베이션에게도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3일 찾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Smart Plant)’ 구현이 한창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ㆍ화학 공장 특성상 자동화가 이미 상당부분 구축돼 있는 만큼 기존 제조업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개념을 넘어 ‘스마트 플랜트’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다.

스마트 플랜트의 목표는 단순히 기존 인력을 기술로 대체하기 보다는 인간의 오차를 줄이고 조기 위험감지와 이상징후 발견을 통한 안정성 제고에 방점이 찍혀있다. 즉, ICT를 이용해 생산 효율성과 공정 안정성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다녀온 후 부터 본격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스마트 플랜트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 6개월 간의 검토 끝에 ‘회전기계 위험예지’, ‘스마트 공정운전 프로그램’,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스마트 워크 퍼밋(Smart Work Permit)’ 등 4개 과제에서 ICT 융합을 추진했다.

‘회전기계 위험예지’란 진동, 온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유화학 공장 회전기계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전 사고사례를 학습시켜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기계 문제로 공정 가동이 중단돼 수십억~수백억원씩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분석에 힘을 빌려 그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실제 울산CLX 조정실에서는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동으로 입력되는 수치와 분석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마트 공정운전 프로그램’은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트러블을 사전 인지 경고ㆍ자동 셧다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고,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는 감지 센서에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안전과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시스템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축으로 작업자들의 시간 절약 뿐 아니라 누락 등 실수를 방지해주는 ‘스마트워크퍼밋’도 직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년간 테스트를 거친 4개 추진과제들이 상당한 성과를 보였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향후 SK 울산CLX 전 공정 및 SK이노베이션 사업장 전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에는 약 3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국 실장은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옵티마이제이션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등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기법을 성공시킨 노하우가 있다”면서 “스마트 플랜트 도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실행을 통해 에너지·화학업계 내 스마트 플랜트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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