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초마다 ‘반대’vs‘강행’…청문회 왜하나

- 다시 떠오르는 ‘청문회 무용론’…“한계”지적
-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 임명…국회 모독”

야권의 반발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이 강행되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르면 1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공정위원장은) 위장전입을 시인했고, 배우자의 조작된 취업특혜 등 의혹이 있어, 불공정거래위원장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며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을 임명할 거면 국회에서 청문회를 왜 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야권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한 인물도,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장관이 될 수 있는 현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청문회 무용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야당이던 현 집권여당 민주당도 당시에는 같은 하소연을 했다. 정성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013년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문회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박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장관을 임명하는데 야당 의원으로서 무기력감만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현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하자, 민주통합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청문회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의 자질 부족이 확인된 인물로 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며 “그런 인물을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슬그머니 임명한 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집단 반발했다.

여당이 야당으로, 또 야당이 여당으로 바뀌어도 계속되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한계에 대한 푸념은 정부 고위직 후보자를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한 현 제도의 규정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은 국회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기간 내에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국회에 다시 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해당 기간 내에도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를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회 청문보고서는 ‘참고사항’ 또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제16대 국회에서 미국의 장관 등 고위직 임용 절차를 참조, 2000년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면서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입법 기관이 행정 기관 수장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때 생길 수 있는 행정 마비 같은 부작용을 우려, 장관 인사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와 비준을 필수로 담지 않았다. 이것이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사청문회의 한계는 다시 ‘인사’와 ‘예산’ 연계 정치투쟁 같은 정치적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최근 야권에서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는 추경안 보이콧, 또 과거 고위 공직자 임명과 정부조직 개편안, 일부 입법안 등을 여야가 거래하는 관행 등은 지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미국의 청문회 제도를 가져올 때, 장관급을 청문 결과에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며 “도덕적 흠이 분명한데도 임명이 된다면, 도덕성에 상관없이 (고위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 수준으로 강화해서 장관급은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의 참고 사례가 됐던 미국의 예를 다시 참고해 보다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자는 의미다.

최정호ㆍ홍태화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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