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태평양-미주 노선 선택 폭 넓어진다.

양사 태평양-미주 노선 300개 육박

구간별, 상황별 항공사 선택 자유롭게

대한항공기

LA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델타항공 직항편으로 중국 상하이로 이동해 거래 중인 봉제 공장을 둘러보고 대한항공을 이용해 잠시 한국에 들러 오랜만에 만난 고교동창들과 회포를 풀었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 뉴욕에 있는 디자인 센터에서 급하게 미팅을 잡는 바람에 귀국길에 대한항공 직항으로 LA에 오전에 도착, 잠시 본사에서 업무를 본 후 델타항공의 저녁 비행기편으로 뉴욕으로 또다시 출장을 떠나게 됐다. 늘 시간에 쫓기는 한인 의류업주들이라면 경험해봤을 터다. 해외와 미국내 타주 출장이 잦는 사업가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다.

다만 한인들이 즐겨 이용해 오던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오는 23일 조인트 벤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실상 공동 영업을 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이용해 오던 국제선과 국내선을 연계한 이용 패턴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양사의 넓은 항공 네트워크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돼 이용객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은 넓어졌고 항공권 구매가격도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흔히 알려진 스카이팀(대한항공, 델타항공 등)이나 스타 얼라이언스(아시아나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원월드(아메리칸에어라인 등)로 불리는 항공 동맹체는 각 동맹마다 가입돼 있는 10여개의 항공사들이 느슨한 형태로 협력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좌석 일부와 탑승수속 카운터, 마일리지 등을 공유하는 공동운항(코드셰어)이 기존 항공 동맹에서 이뤄지는 협업 방식이다.

Delta-Air-Lines-1

이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맺게 되는 조인트 벤처는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태평양과 미주노선을 두고 두 항공사가 말 그대로 경제적 공동 운명체가 되는 것이다. 두 항공사 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이른바 ‘트리플 윈’ 전략이다.

물론 두 항공사가 어느 정도 주요 노선을 독과점 구조로 잠식한 이후 이익 극대화만 추구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는 대한항공, 델타항공과 함께 미국 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혜택이 고르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80여개 도시와 북중남 등 전 미주 지역을 아우르는 250여개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 스케줄을 함께 짜고 공동으로 판매하게 된다. 영업과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양사는 같은 항공 동맹이었지만 상대 항공사의 좌석 중 극히 일부만 팔았고 가격 역시 높은 편이었다.

과거에는 전체 300석 중 10~20석 수준만 상대 항공사에 중간 가격 수준으로 판매를 허락하며 공동 운항 또는 코드 쉐어란 이름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오는 23일 정식 계약 체결 이후에는 대한항공이나 델타항공 모두 태평양과 미주 노선에 취항중인 항공편 좌석 전체를 공동으로 판매 할수 있게 된다. 얼핏 보기에 양사의 이번 조인트 벤처는 대한항공쪽이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공을 들인 것은 델타항공인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계 경쟁 항공사인 일본에 조인트 벤처 형태의 협력 항공사를 두고 있는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 항공과 달리 델타항공은 그동안 아시아 태평양 노선이 크게 취약했다.

일본내 수요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인도 등 주변 국가와 연계한 수요까지 감안 했을 때 잠재력이 큰 가운데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태평양 노선에서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허술했지만 정작 직접 늘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일부 지역은 직항편이 취항하고 있지만 해당 도시를 거쳐 인근 도시나 인접 국가로 향하는 네트워크가 없다 보니 자연히 가격을 비롯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한항공도 미국내 주요 대도시에 이미 취항하고 있지만 이후 국내선 연계에 있어 가격 등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한국내 중남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할 효율적인 네트워크는 크게 부족했다. 그나마 있던 브라질 상파울로 노선 역시 인천-LA-상파울로까지 이어진 노선별 직항 운항 이후 현지 국내선과 인접 국가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해 결국 노선 철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양사의 가려운 곳을 서로가 긁어 주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 조인트벤처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한 임원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태평양과 미주 노선을 이용할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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