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가입하고, 등산객인 척…지하철 이동상인의 진화

-단속 심해지자 이동상인 꼼수도 각양각색
-스마트폰 채팅방 통해 보안관 위치 공유
-물건 안 팔땐 등산객인척…승객 신고 회피
-구식폰에 손수레 들고 다니면 ‘초짜’ 취급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저희도 머리를 써야지요. 요즘 이동상인들은 각자 정보 공유하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하나씩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에서 만난 이동상인 최모(55) 씨는 “최근 단속이 심해져서 이동상인들도 의기투합하고 있다”며 “구식 휴대폰을 쓰며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이동상인은 이제 ‘초짜’”라고 했다.

역사와 전동차를 누비는 불법 이동상인에 서울 지하철 측이 매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옥죄오는 단속망을 피하고자 ‘꼼수’를 쓰는 이동상인도 늘고 있다.

[사진설명=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을 지나고 있는 전동차 안에서 등산복을 입은 이동상인이 물건을 팔고 있다.]

이동상인은 ‘잡상인’의 순화어로, 특정 매대 없이 자리를 옮기면서 잡화 등을 파는 상인을 말한다.

서울 지하철은 철도안전법 제48조 ‘누구든지 정당 사유 없이 철도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쳐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에 따라 이들을 단속한다. 지하철 1~8호선 내 300명 지하철 보안관이 현장을 순찰하면서, 걸리면 과태료 5만원을 물린다.

문제는 단속망이 촘촘해지면서 이동상인의 ‘잔머리’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 씨는 “상당수 이동상인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지하철 보안관의 위치를 공유한다”며 “한창 판매 행위를 하다가도 정보만 들어오면 도망가니 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1ㆍ4호선 서울역을 지나고 있는 전동차 안에서 이동상인이 소형 장난감을 팔고 있다.]

이 날 만난 여러 이동상인들은 상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행색에 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어폰, 초소형 장난감 등이 선호 판매품목이라고 털어놨다. 이들 물품은 손수레가 없이 백팩 만으로도 많이 담아갈 수 있어 평소에 등산객처럼 행세하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동상인 이모(61) 씨는 “요즘은 승객이 신고하는 일도 많아 어디서든 사진 찍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동상인이 아닌 모습으로 다녀야 신고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경은 승객들에겐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학생 정영호(28) 씨는 “이동상인들이 물건을 팔다가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볼 때가 있어 예전에는 무얼하나 싶었다”며 “그러다 갑자기 짐을 챙겨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곤 그들만의 통신망이 있겠구나 짐작했다”고 했다.

주부 김숙자(65ㆍ여) 씨는 “등산가방을 멘 승객이 갑자기 가방을 풀더니 호객행위를 해 놀란 적이 있다”며 “얼마 전부터는 그런 일이 빈번해 당황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도 이동상인의 이러한 행태를 알고 단속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5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1~8호선 내 이동상인 단속 건수는 모두 1만2436건으로 하루 평균 약 34명 이동상인을 붙잡았다. 지난 2014년(9405건)과 비교하면 32.2%(3031건) 늘었다.

공사 관계자는 “이동상인 단속을 위해 지하철 보안관과 직원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다만 “활개치는 이동상인 대비 단속 인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편법을 꿰뚫는 시민 제보가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미심쩍은 승객이 있다면 바로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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