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제된 ‘스폰서 판사’… 대법원 해명에도 의혹 여전

-‘전관 집합소’ 로펌과 장기간 향응 제공 받았는데도 ‘경고’ 조치 그쳐
-접대한 당사자가 관할 지역 피고인이 됐는데도 사안 덮기에 급급
-문제 판사에게 ‘경고조치’ 내린 법원장도 동반 사표낸 뒤 같은 로펌행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고등법원 판사가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은 사실에 관해 대법원이 15일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형적인 ‘지역 스폰서 관계’가 드러난 사안임에도 추가 비위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사안을 덮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날 문모(48) 전 부산고법 판사가 지역 건설업자 정모(53) 씨와 음식점과 유흥주점, 골프장에서 수차례 접대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안을 입건하지 않은 채 내사종결한 점 등을 고려해 당시 박병대(60) 법원행정처장이 윤인태(60) 부산고법원장을 통해 경고 조치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이 사안을 검찰이 인지한 것은 2015년 5월 부산지검이 조현오(62) 전 경찰청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뇌물 제공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정 씨가 당시 현직이었던 문 판사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고, 2011~2015년 각종 향응을 제공한 점을 파악했다. 

문제는 이후 정 씨가 문 전 판사의 관할지역 피고인 신분이 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같은해 8월 11일 뇌물공여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정 씨를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에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수차례 청구했지만, 기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판사가 현직에서 정 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을 때는 고모(50) 변호사도 동석했는데, 고 변호사가 대표로 운영하는 H법무법인은 부산지역 판사 출신 전관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로펌이다. 문 전 판사는와 법원행정처의 ‘엄중경고’ 조치를 전달한 윤 전 고법원장은 올해 초 법원 정기인사에서 함께 사표를 내고 이 로펌에 합류했다.

윤 전 고법원장의 경고조치가 이뤄진 시점은 2015년 9월 9일이다. 검찰이 정 씨를 불구속 기소하며 문 전 판사에 대해 내사 종결처리한 게 바로 전달임을 감안하면, 문 전 판사가 관할 사건에 영향력을 미쳤는지에 관해 제대로 된 조사를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검찰로부터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고 관련 문서를 법원행정처 산하 윤리감사실에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 기간이 얼마인지, 문 전 판사를 직접 조사했는지 여부 등은 원칙상 공개할 수 없다고밝혔다. 검찰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가 가능한 사안임에도 법원행정처는 경고조치를 통해 사실상 이 사안을 덮고 지나갔다. 문 판사에 대한 조치사실은 법원행정처장까지만 보고됐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일련의 과정을 몰랐다고 대법원은 해명하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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