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4시간 생방송서 美 향해 작심 쓴소리ㆍ조롱

-연례행사인 ‘국민과의 대화’서 러 추가제재 등 비판
-러시아의 미 대선 연루 정황 증언한 코미 전 국장엔 “망명하라”
-러시아 스캔들 관련 트럼프 상황은 악화일로, “마녀사냥” 반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4시간짜리 생방송에 출연해 압박 수위가 높아진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러시아를 겨냥한 미 대선 스캔들 등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해임된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에겐 “(미국서) 탄압받으면 망명지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무마시킬 관계자 진술이 신빙성을 잃을 위기에 놓이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사법방해’ 수사에 고삐를 죄면서 궁지에 몰렸다. 

‘패기 넘치는 64세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TV·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제15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4시간 동안 국내외 정치, 사회·경제·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68개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러시아의 미국 대선 의혹을 “증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제임스 코미 전FBI 국장을향해 “미국에서 탄압을 받으면 정치적 망명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4시간 생방송 출연…러 제재에 불만 표출=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TVㆍ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 된 제15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미국 의회가 추가 대러 제재안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이는 미국 내부 정쟁의 결과로 아무런 좋은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의 원인을 러시아의 개입으로 돌리면서 공화당과 정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추가 제재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면서도 “모든 역사를 통틀어 세계 지도자들은 심각한 경쟁자를 두려워한다”고 미국의 조치에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미국 상원이 발의한 러시아 추가 제재안은 92대 2의 초당적 지지로 지난 14일 통과됐다. 법안에는 러시아의 국방 및 군사 정보 부문에 대한 제재가 더해졌다. 대통령이 제재 완화ㆍ종결을 원할 경우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코미 전 FBI 국장에 “망명 제안” 조롱도=이날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확신한다고 한 것에 “아무런 증거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녹음해 언론에 흘린 것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만일 코미가 박해를 받는다면 그에게 정치적 망명을 제안할 준비가 돼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앞서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요구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내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특검 ‘사법방해’ 수사에 트럼프 “마녀사냥”=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이 자신의 ‘사법방해’ 여부를 조사한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15일 트위터에 “미국 정치역사상 가장 엄청난 마녀사냥”이라며 “근거도 없이 러시아 유착 이야기를 지어냈고, 가짜 이야기에 더해 사법방해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와 거래한 힐러리 클린턴 가족과 민주당 인사들은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은 나를 조사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연루설을 반박했던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의 증언도 신뢰성 위기에 놓였다. 리처드 버트 전 독일대사는 이날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세션스 장관 및 전 공화당 당직자들과 함께 2차례 저녁식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독일대사였던 버트는 현재 워싱턴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버트 전 대사의 인터뷰 내용은 “대선 기간 러시아 이익을 위해 일하는 어떤 로비스트와도 접촉하지 않았다”는 세션스 장관의 증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같은 반박 증언이 나오면서 세션스 장관의 청문회 증언 신뢰성 자체에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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